올해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진학할 때는 입시의 두 축인 ‘수능’과 ‘고교 내신’ 제도가 모두 크게 바뀐다. 수능은 단순화하고 고교 내신은 현재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중2가 고1이 되는 2025년부터 ‘고교 학점제’를 전면 시행하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입 제도도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 고교 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에 맞춰 대학처럼 과목을 골라 듣는 제도다. 1학년 땐 모든 학생이 공통 과목을 배우고, 2·3학년 때는 진로에 따라 선택 과목들을 골라 듣는다.
◇복잡한 ‘선택 과목’ 없는 수능
수능에선 선택 과목들이 없어지고, 모든 수험생이 같은 과목을 시험 치는 것이 핵심 변화다. 현재 수험생들은 국어 영역에선 공통 외에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 2개 중 1개를 선택한다. 수학은 공통 외에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등 3개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동안 수학에서 이과생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문과생은 ‘확률과 통계’를 골랐다. 탐구 영역에선 사회 9과목, 과학 8과목 등 총 17개 중 2개를 선택한다. 그러나 선택 과목이 너무 많다 보니 어떤 과목을 골랐는지에 따라 표준 점수가 달라져 학생들은 공부하고 싶은 과목보다 점수 따기 좋은 과목을 선택하는 부작용이 많았다. 예를 들어 경제나 물리II는 중요한 과목인데도 점수 따기가 어려워 선택하는 수험생이 각각 전체의 1.1%, 0.6%에 그쳤다.
특히 탐구 영역의 경우 인문계 학생들은 사회 과목만 치고, 이공계 진학 학생들은 과학만 쳐서 문·이과 융합 추세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능에서 모든 학생이 문·이과 구분 없이 사회·과학을 다 치도록 개편한 것이다.
탐구 영역은 사회와 과학 내 여러 과목 전반을 다루는 ‘통합 사회’와 ‘통합 과학’에서 출제할 방침이다. 주로 1학년 때 배운다. 개별 과목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융합형 문제가 출제될 예정이다.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시험 범위와 유형이 모두 바뀌기 때문에 사교육 수요를 부추길 것이란 비판도 있다. 서울 한 고교의 진학지도 교사는 “수험생들이 과학·사회 둘 다 쳐야 해서 공부 부담이 늘어난다”고 했다.
교육부는 수학의 경우 현재 이과생 선택과목인 ‘미적분II, 기하’를 묶어 ‘심화 수학’을 선택 과목(절대평가)으로 개설하는 안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선 이공계 진학자들이 미적분II와 기하를 모르면 안 된다는 과학계 비판 때문이다. 그러나 ‘심화 수학’이 수능에 들어가면 대학이 이공계 학과 지원자들에겐 심화 수학을 요구할 수 있다.
◇상위 10%가 ‘1등급’... “내신 경쟁 줄겠지만 강남·특목고 유리 지적도”
고교 내신 제도는 현행 9등급 상대평가 제도에서 5등급 상대평가 제도로 바뀐다. 상위 4%만 1등급을 받는 현재 9등급 체제가 내신 경쟁을 부추겨 사교육비 부담을 올렸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9등급 체제는 저출생 상황과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지금도 전국 43개 고교는 3학년생이 13명 미만이라 1등을 해도 1등급을 못 받는다. ‘고교 학점제’ 시행 이후에도 9등급 체제를 유지하면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듣는 게 아니라 내신 따기 쉬운 과목으로 쏠릴 가능성도 크다.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은 A~E등급까지 5등급 체제를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고교 학점제와 관련해 2·3학년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하고, 1학년은 내신 변별력을 위해 9등급 상대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절대평가는 다른 학생 점수와 상관 없이 특정 점수 이상만 받으면 1등급을 준다. 그러나 이럴 경우 상대평가인 고1 때는 내신 경쟁이 과열돼 사교육이 늘고, 절대평가인 고2·3학년 때는 내신의 변별력이 없어져 고교 교육이 황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내신을 5등급으로 완화하면 내신 따기가 불리하다고 여겨졌던 특목고와 서울 강남 고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