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톱 20위’에 든 우리나라 대학은 총 5곳으로 8일 집계됐다. 올해도 작년처럼 중국과 같은 수였다. 그러나 전체 대학의 세부 평가를 보면 한국 대학 대다수가 하락세를 기록했다. 평가 대상 857곳 중 한국 대학은 87곳이다. 이 중 11곳(13%)만 전년보다 순위가 올랐고 9곳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63곳(72%)은 순위가 떨어졌다.
한국 대학들은 교육 핵심인 연구의 양과 질에서 모두 전년보다 하락했다. 교수 연구 활동을 보여주는 ‘교원당 논문 수’ 지표에서 작년보다 올라간 대학은 3곳에 불과했다. 지스트(광주과기원)가 5위로 유일하게 ‘톱 10′에 들었고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와 카이스트, 포스텍이 50위 안에 포함됐다. 경쟁력 있는 논문을 알려주는 ‘논문당 피인용 수’ 지표에선 4곳만 작년보다 순위가 올랐다. 이 지표에서도 10위에 든 국내 대학은 유니스트(울산과기원)뿐이었다. 세종대와 포스텍, 디지스트, 카이스트 등 5곳이 5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는 작년보다 37위 떨어진 112위를 기록해 100위 밖으로 떨어졌다. 이 분야에선 중국 대학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톱 50에 24곳이 진입했다.
외국 대학과 공동 연구 등 국제화를 보여주는 ‘국제 협력 네트워크(IRN)’ 지표는 한국 대학이 가장 고전하는 분야다. 톱 20위 내에 한국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서울대가 25위로 가장 높았다. 한국 대학 대부분이 미국 대학과 협력하고 있는데 다양성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대학의 연구·교육 환경도 나빠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상위 대학 10곳은 ‘교원당 학생 수’ 지표에서 모두 전년보다 순위가 하락했다. ‘박사 학위 교원 비율’ 지표에서도 포스텍(6위) 등 3곳만 순위가 올랐고, 7곳은 뒤로 밀렸다. 두 지표는 그동안 한국 대학이 QS 평가에서 강세를 보인 분야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도 등이 대학 교육에 집중 투자하면서 우리 대학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대학들은 대규모 국제 연구가 활발한 이공계열 교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가운데 학령 인구 감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 처우를 해외나 대기업 수준으로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교수 확보를 위해 ‘사택 제공’ 등 복지 혜택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사립대 총장은 “지금 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은 큰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이공계 석학 초빙인데 한국 대학들은 처우 수준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한국 대학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분야는 ‘학계 평판도’다. 전 세계 학자 11만여 명에게 ‘전공 분야 최고 대학을 꼽아 달라’고 물어 순위를 매긴다. 여기서 서울대는 아시아 4위, 포스텍은 9위를 차지했다. 졸업생이 취업한 기업 등이 평가한 ‘졸업생 평판도’에서도 서울대가 4위, 연세대가 7위였다. 고려대는 외국인 학생 수, 해외로 보낸 교환 학생 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벤 소터 QS 수석 부사장은 “한국 대학들은 연구력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대도시에 있지 않은 대학은 입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