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과목은 지난해보다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도로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인 경우 1등급을 받는다. 작년 수능에서 1등급 비율은 7.83%이었는데, 올해 9월엔 4.37%로 나타나 2018년 절대평가 도입 이후 가장 낮았다.
EBS 영어 영역 대표 강사인 김보라 삼각산고 교사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킬러문항’ 요소를 배제하면서도 지문을 충실하게 읽어야 하는 문항을 다수 배치해 변별력을 확보했다”며”작년 수능에 비해 다소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어 과목에선 우리말로 번역해도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지문들이 킬러 문항으로 꼽힌다. 이번 수능에선 추상적인 표현이 빠지고, 공교육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소재와 표현들이 많았다는 평가다.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전체적인 난도는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 교사는 “지문을 끝까지 읽어야 글의 요지를 파악할 수 있거나, 요지를 함축하는 제목을 잘 골라야하는 문제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소재와 내용이 친숙할지라도 자세하게 글을 읽어야 정답을 고를 수 있는 고난도 문항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문 중간에 빈칸을 뚫어놓고, 그곳에 들어갈 적당한 문장을 고르는 33번 문제가 대표적이다. 김 교사는 “33번 문항은 ‘감정 파악’이라는 어렵지 않은 소재이지만, 글의 전체적인 논리 구조를 파악해야 하고, 선택지 또한 다양한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어 오답을 고르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능에선 추론 능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변별력이 높은 문항으로는 24번(제목 추론), 33~34번(빈칸 추론), 37번(글의 순서), 39번(문장 삽입) 등이 꼽혔다. 총 45문제가 출제되는 영어 영역에선 올해 EBS 수능교재에서 24문항(53.3%)이 연계돼 출제됐다. 김 교사는 “공교육 내에서 충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시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