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식실. 펄펄 끓는 튀김 솥 앞에 작은 크레인 모양 로봇이 한 대 나타났다. 이날 점심에 나갈 치킨 720인분을 튀길 ‘급식 로봇’이다. 조리원이 튀김옷을 입힌 닭고기 토막을 2㎏씩 나눠 스테인리스 망에 넣자, 로봇이 솥에서 튀기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자 치킨을 건져내 기름을 탁탁 털어냈다. 조리원은 치킨이 잘 익었는지 온도계로 확인한 뒤 식당으로 보냈다. 로봇과 사람의 ‘팀플레이’였다. 급식실에는 튀김 외에 국·탕 조리용과 볶음용 등 로봇이 총 4대 있었다.

22일 서울 숭곡중 조리실에서 급식 로봇이 솥에 담긴 국을 젓고 있다. /장련성 기자

학교 급식실에 조리 로봇을 설치한 곳은 숭곡중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서울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지원했다. 지난 8월 숭곡중 조리실에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 4대를 설치했고 2학기부터 로봇 조리를 시작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실 영양사와 조리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자 로봇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실제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영양사와 조리원들은 수백 명분 급식을 준비하느라 손목과 어깨, 허리에 부담이 가는 동작을 매일 2~3시간 반복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 튀김이나 국·탕 등을 만들 때 생기는 유증기와 미세 먼지가 조리원의 폐 질환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숭곡중의 급식 로봇은 제육볶음·돈가스 등 급식 100여 가지 조리법을 익혔다. 조리원이 메뉴를 선택하면 어떤 음식을 몇 도에서 몇 분간 끓이고 휘저어야 할지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 요리한다. 언제 꺼낼지도 알려준다. 또 로봇이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안전 공간을 확보하고, 로봇이 사람의 접근을 감지하면 즉시 동작을 멈추도록 했다.

이 학교 김혜영 영양사는 “급식 로봇이 무거운 음식 재료를 들어 조리 솥에 넣고 저어줘 조리원의 육체 부담을 줄여준다”며 “튀김 요리 때 발생하는 열과 유증기를 오래 쬐는 것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숭곡중의 시범 사업 결과를 보고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로봇이 산업은 물론 교육, 생활 현장 등에도 널리 사용되면 사람 일자리는 계속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학교에서 일하는 조리사는 4700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