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육대학생연합 소속 교대생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교원 민원 처리 방식·과중 업무 개선, 교사 정원 확대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사립 A대는 최근 교직 이수 신청 마감을 하루 앞두고 ‘지원 독려’ 공지를 올렸다. “미달 전공에서 추가 모집을 하는 경우 학점이 낮더라도 1차 신청자를 우선 선발한다”고 적었다. 지금 교직 이수를 신청하면 학점이 좀 떨어져도 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7개 교직 과목에서 정원이 미달됐는데, 국어(2명)와 수학(3명), 영어(6명) 등 ‘주요 과목’도 신청자를 채우지 못해 추가 모집을 했다.

최근 ‘교권 추락’ 문제가 겹치며 교사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교대나 사범대 지원자뿐 아니라 일반 학과에서 교사가 되는 통로인 교직 이수를 신청하는 학생도 줄고 있는 것이다. A대학은 재작년만 해도 국어∙수학∙영어 과목은 모두 정원을 채웠지만 작년부터 미달이 생기더니 올해는 그 폭이 더 커졌다.

교직 이수를 했지만 임용 시험은 보지 않는 학생도 늘고 있다. 교원 준비생 백모(23)씨는 “올해 3월 교생실습을 나갔는데, 동료 40명 중 20명 정도는 교사를 할 생각이 없다더라”라고 했다. 임용 시험에 붙으려면 2~3년쯤 투자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전문직 시험이나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정부가 대학의 교직 과정 정원을 2010년 1만5228명에서 2023년 3288명으로 크게 줄였는데도 미달이 생기는 것이다.

교직 인기가 떨어지며 교사의 ‘질’도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교육대학원 교수는 “예전엔 학점이 가장 좋은 학생들이 교직 과정에 지원했지만, 최근엔 지원자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며 “학부 교직 과정뿐 아니라 교육대학원 인기도 떨어져 4~5년 전보다 지원자가 15%쯤 줄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교사 인기가 하락했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교사 부족을 겪고 있다. 일본의 교사들도 수업 외 업무가 많고 최근 한국처럼 극성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도 시달리다 교단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정현숙 방송통신대학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에선 교사 부족으로 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것이 큰 사회문제”라며 “일본과 구조가 비슷한 한국도 유사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