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 혁신도시에는 2014년 이후 한국전력과 농어촌공사 등 공공 기관 20곳이 내려왔다. 정부는 공공 기관 이주를 동력으로 나주 혁신도시를 인구 5만명 규모로 키우려 했다. 그런데 현재 나주 혁신도시 인구는 3만9000명대를 맴돌고 있다. 올 1월엔 인구가 소폭 감소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나주 봉황고에서 열린 ‘교육 간담회’에선 현지의 교육 환경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행중 봉황고 교장은 “많은 공공 기관이 와 있지만 가족이 모두 이주한 임직원 비율은 60%대에 그친다”며 “이들 눈높이에 맞는 교육기관이 드문 것이 큰 원인”이라고 했다. 한 학부모는 “자녀 교육 문제로 가족과 동반 이주를 꺼리거나, 다 같이 왔다가 일부는 (좋은 학군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녀가 중·고교에 올라가면 수도권이나 인근 광주로 옮긴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나주로 출퇴근하는 직원도 있다고 한다.

그래픽=김성규

경북 김천 혁신 도시에도 도로공사 등 공공 기관 12곳이 있다. 그러나 가족을 동반한 이주 비율은 54%에 그친다. KTX로 1시간 30분이면 서울에 도착하기 때문에 ‘주말 부부’를 하는 임직원도 많다. 자녀와 부모 한 명은 서울에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학교·학원이 좋은 대전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김천에서 대전까지 차를 몰면 1시간 반쯤 소요된다. 김천의 한 공기업 직원은 “KTX로 대전까지는 20여 분밖에 안 걸린다”고 했다. 김천 혁신도시 인구도 2만3000여 명에 머물러 있다.

균형 발전책이라며 지방에 공공 기관을 많이 내려보내도 교육 환경이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이전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충북 혁신 도시가 조성된 진천·음성에는 교육과정평가원 등 공공 기관 11곳이 이전했다. 그런데 가족 동반 비율은 48.1%로 공공 기관이 옮겨간 전국 혁신 도시 10곳 중 가장 낮다. 혁신 도시 10곳의 가족 동반 비율은 68% 정도다. 충북으로 온 공공 기관 직원은 “아이를 키우기 힘든 환경”이라고 했다. 인구가 예상보다 적어 초등학교 추가 신설이 미뤄지자 ‘과밀 학급’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도 적다고 한다. 40대 직원은 “초등학교가 끝나면 보낼 학원도, 돌봄 프로그램도 마땅치 않다”며 “지금 서울에서 셔틀버스로 출퇴근하는 데 4시간을 쓰지만 (아이 교육을 생각하면 출퇴근이) 더 낫다”고 했다. 10년 전 나주로 이주한 학부모 박모씨는 “대입에서 지역 인재 수시 전형을 늘리거나,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온 학생에게 그 지역의 공공 기관 취업 때 가산점을 주는 방법 등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방 주민이 교육 때문에 이사를 가지 않도록 내년부터 지역 일반고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고 지원을 늘리는 ‘교육 발전 특구’ 사업을 진행한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양질의 교육을 지역 소멸을 막는 핵심으로 보고 정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교육 특구에선 바이오고, 케이팝(K-POP)고 등 지역이 원하는 다양한 학교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