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으로 올해 대입 수시 모집에서 전국 4년제 대학 10곳 중 6곳이 사실상 ‘미달’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 여파로 응시생 수가 줄고 있어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 사태를 겪는 대학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수시에는 재수생보다 재학생이 주로 응시하는데, 올해 고3 수험생은 작년보다 2만4000여 명 감소했다.

6일 본지가 전국 일반대와 과학기술원·교육대 등 202곳 대학의 수시 경쟁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경쟁률이 6대1에 못 미치는 대학이 120곳에 달했다. 수험생 한 명이 6곳에 원서를 쓸 수 있는 만큼 6대1이 안 되면 미달이나 다름없다. 1대1 미만인 곳도 16곳이었다. 주로 종교 관련 대학인데 지원자가 1명(모집 16명)뿐인 신학대도 있었다.

그래픽=이철원

일반 4년제 대학 중에서는 3곳이 1대1 미만을 기록했다. 제주도의 A대학은 362명을 모집하려 했는데 84명만 지원했다. 경쟁률이 0.23대1에 불과하다. 이 대학은 이사회 파행 등을 이유로 교육부가 임시 이사를 파견한 상태다. 작년 신입생도 33명에 그쳐 충원율이 8.9%였다. 경북 지역 B대학의 경우 경쟁률이 0.65대1, C대학은 0.74대1에 그쳤다. 이들 3곳은 올해 교육부의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학생들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지만 사립대는 학교 시설 등 남은 재산을 처분하기도 어렵고 남는 재산을 국가에 반환해야 해 사학 재단들이 꺼리고 있다. 적은 학생이라도 모집해 등록금을 받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부실 대학이 신입생을 계속 받고, 신입생들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제주 학생들은 육지 대학으로 빠져나가는데 육지에서 제주의 대학으로 오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 신입생 모집이 계속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경북의 한 사립대 관계자도 “예전엔 울산 학생들이 경북의 대학으로 진학하곤 했는데 요즘은 서울 아니면 부산”이라며 “부산도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 경북까지 학교 홍보를 오는 실정”이라고 했다. 지방일수록 학생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수시 경쟁률이 6대1에 미치지 못해 사실상 ‘미달’인 대학(120곳)은 작년보다 10곳 늘었다. 120곳 중 98곳이 비수도권에 있다. 전국의 4년제 국립 종합대와 과학기술원 34곳 중 17곳이 경쟁률 6대1을 밑돌았다. 이 가운데 한경국립대(경기)를 제외한 16곳은 비수도권의 국립대였다. 가장 낮은 곳은 전북의 국립군산대로 경쟁률이 3.14대1이었다. 안동대·순천대·금오공대·목포해양대·목포대도 3점대 경쟁률을 보였다. 전국 교육대학 10곳 중 8곳도 6대1에 미치지 못했다. 부산교대는 6.76대1로 경쟁률이 높았는데 이는 부산대와 통합 계획이 기정사실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통합을 전제로 교육부로부터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는다.

대학의 미달 사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1학년도부터 대학 정원(전문대 포함)이 수능 응시생보다 많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도 대입 정원은 51만8884명인데 수능 응시생은 50만4588명에 그쳤다. 이마저 재수생이 30%를 차지해, 현역 고3 수험생 숫자만 보면 32만6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2035년이면 대학에 갈 수 있는 만 18세 고3 인구가 38만6000명으로 급감한다. 2038년엔 29만1000명으로 30만명대마저 붕괴한다. 전문가들은 인구 절벽이 닥치기 전에 대학 구조 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