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다 못 쓰고 남겼거나 올해로 넘긴 예산이 7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3조8000억원의 두 배다. 저출생 극복 등 정부가 꼭 돈을 써야 할 데는 많고 쓸 돈은 항상 부족한데, 교육청만 예산이 남아도는 것이다.
19일 교육부는 2022년 교육청들의 지방교육재정 운용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지난해 세입은 109조9000억원, 세출은 102조2000억원이었다. 전년보다 24.7%, 22%씩 늘었다. 세입과 세출이 모두 늘어난 건 지난해 9월 정부가 갑자기 교육청들에 11조원을 추가로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교육청 주요 재원인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의 20.79%로 정해져 있어, 세금이 조금만 더 걷혀도 자동으로 늘어난다.
교육청이 다 쓰지 못하는 예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월과 불용액을 합쳐 2018년 6조7000억원, 2019년 6조6000억원, 2020년 4조4000억원, 2021년 3조8000억원, 2022년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9월에 예상하지도 않은 예산이 11조원이나 생기니 일선 교육청들은 학교 공사 등에 돈을 쓰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공사는 방학이 아니면 하기도 쉽지 않아서 이월, 불용액이 많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7조5000억원은 엄청난 돈이다. 내년에 국방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쓰겠다고 한 예산이 7조원이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6000t급 6척 발주)이 7조8000억원 규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1년 예산인 6조7000억원보다 많다. 인구 68만명인 제주도의 1년 예산도 7조639억원이다. 내년 복지부의 기초생활보장급여 예산(7조5400억원)과 같은 액수다. 교육계에선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생과 지방 소멸, 빈부차 등 정부가 반드시 예산을 써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그런데 교육청들은 예산을 다 쓰지 못해 난리”라고 했다.
교육청들은 쓰지 못한 교부금을 기금으로 쌓아 놓기도 한다. 17개 교육청의 각종 기금은 2021년 말 5조4000억원에서 작년 말 21조4000억원으로 1년 만에 16조원이 급증했다.
방만하게 쓰는 경우도 많다. 올해 감사원 감사에서 교육청들이 지난 3년간 42조6000억원을 불필요하게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교육청은 2021년 학교의 책걸상 교체에 35억원이 필요한데 168억원을 편성했다. 초·중·고교 신입생들에게 입학 준비금으로 20만~30만원씩(서울) 주고, 수요 파악도 안 하고 학생·교사에게 노트북을 지급한 교육청도 많다.
문제는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데 현재 지방교부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령 인구는 2010년 734만명에서 올해 531만명으로 200만명 줄었다. 반면 교부금은 32조2900억원에서 75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현재 내국세와 연동한 지방교부금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학생 1인당 교부금이 2020년 1000만원에서 2060년엔 5440만원으로 5.5배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교육교부금에 학생 수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년과 반대로 세수가 줄면 지방교부금도 감소한다. 올해는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혀 교부금도 애초 편성된 75조7000억보다 10조원 이상 줄었다. 이런 ‘고무줄 예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교부금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