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열린 'W-페스티벌 in 용인'에서 아이들이 농구 체험을 하고 있다./뉴스1

한국 학생들은 세계 꼴찌 수준으로 신체 활동을 적게 한다. 코로나 때 ‘집콕’을 하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비만도 늘었다. 이에 정부가 초등학교 5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체력평가를 초등3·4학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초등 1·2학년 교육 과정에 ‘체육’ 과목을 별도로 분리하고, 방학 스포츠 캠프도 연다. 신체 활동을 늘려서 공부와 휴대전화에 매몰된 학생들의 체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6일 이런 내용의 ‘제3차 학교체육진흥 기본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초·중·고교에서 매년 한 번 실시하는 ‘학생건강체력평가(PAPS·팝스)’ 대상을 2026년 초등3~고등3학년으로 확대한다. 과거 ‘체력장’으로 불리던 팝스는 현재 초등 5학년부터 한다. 과거처럼 대학 입시나 고교 입시에 반영되진 않고, 일부 학교에서만 체육 내신 성적에 반영한다. 낮은 등급이 나온 학생들에겐 별도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일부 학교에서 초등 3·4학년에 팝스를 시범 운영을 한 뒤 2026년에 전체 초3·4학년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학생들의 팝스 종목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건강체력평가 종목과 완전히 통일하기로 했다. 지금은 미세하게 다르다. 성인 평가 종목과 같아지면 학생부터 성인까지 자신의 체력 변화를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다. 지금은 팝스에서 4·5등급을 받은 저체력 학생만 체력교실에 참여하지만, 앞으론 원하는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게 한다.

교육부는 또 초등 1·2학년 교육과정에서 ‘체육’을 별도 과목으로 분리하기로 했다. 현재 초 1·2학년은 ‘즐거운 생활’ 과목에서 체육·미술·음악을 함께 배우는데, 교사에 따라 체육 시간이 달라진다. 그 때문에 체육을 별도 교과로 분리해서 체육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학교스포츠클럽도 활성화한다. 중학교의 스포츠클럽 시간을 현재 3년간 102시간에서 136시간으로 30% 늘린다. 방학 기간에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 캠프’도 새로 만든다.

정부가 체육을 확대하는 것은 한국 학생들의 신체 활동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세계 146국의 11~17세 학생들의 신체 활동량을 비교했더니, 하루 평균 60분 이상 중간 정도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운동 부족’ 학생 비율이 한국이 94.2%로 가장 높았다. 한국 학생들의 신체 활동이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방과 후 신체 활동을 하는 학생 비율(42.9%)도 OECD 회원국 중 꼴찌(2017년 조사)였다.

그래픽=박상훈

특히 코로나 기간 ‘집콕’ 시간이 늘면서 학생들의 체력은 크게 떨어졌다. 팝스에서 4·5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이 2019년 12.2%였지만, 2022년 16.6%로 훌쩍 뛰었다. 같은 기간 과체중·비만 학생 비율도 25.8%에서 30.5%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학교의 체육 활동이 적을 뿐 아니라, 방과후에도 학생들이 공부에 매달려서 운동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들까지 ‘선행학습’을 하기 위해 ‘학원 뺑뺑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입을 앞둔 고교생은 학교에서 체육을 거의 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어릴수록 체육을 다른 어떤 과목보다 중시하며, 고등학생들조차도 운동을 많이 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체육 활동을 많이 하면 친구 관계도 좋아지고 학교폭력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정신 문제도 감소할 것”이라면서 “체육이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정부가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