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에서 대형 입시 업체 소속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 지문과 같은 문제가 출제돼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수능 문제가 학원 문제집 등과 유사하다는 의혹은 자주 제기됐지만, 교육부가 정식 수사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감사원도 수능 영어 ‘판박이 지문’ 등을 포함한 수능 출제와 교육계를 둘러싼 유착 의혹에 대해 교육부와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감사하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이날 교육계와 감사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은 입시 업체 메가스터디의 일타 강사 교재에 실린 지문과 일치했다. 지문 내용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하버드대 교수가 쓴 ‘투 머치 인포메이션’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다만 강사 교재는 지문의 어휘 뜻을 묻고, 수능 문제는 문장 주제를 물어 문제 유형은 달랐지만, 지문이 같아 해당 교재를 푼 학생은 수능에서 지문을 다 읽지 않아도 정답을 맞힐 수 있었다. 경찰과 감사원은 강사 교재 지문이 수능에 그대로 출제된 배경과 평가원의 문제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 중이다.

재작년 11월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직후 일부 수험생들이 “메가스터디 영어 강사가 수능 전에 판매한 문제집 지문과 수능 지문이 똑같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평가원 홈페이지에도 100여 건의 이의 신청 글이 올라왔다. 당시 교육부와 평가원은 “우연의 일치”라고 넘겼다. 수능 출제진과 학원 강사가 문제 지문으로 영미권 책이나 논문을 발췌하다 보면 겹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년 상반기 교육부가 운영한 ‘사교육 카르텔 신고 센터’에 판박이 논란이 다시 접수되자 교육부는 입장을 바꿔 작년 7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능이 끝나고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수능 문제 논란은 대입이 마무리되면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다. 감사원은 교육부와 평가원이 해당 논란을 알고도 뒤늦게 조처한 이유도 감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