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7일 경북 구미시 원당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방과후에 피아노 수업을 받고 있다./김동환 기자

올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가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 방과 후 교사 대신 아이들을 돌볼 전담 인력도 채용한다.

교육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늘봄 학교’ 전면 실시를 포함한 2024년 주요 정책 추진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늘봄 학교는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교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저출생 극복 정책이기도 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도 부모 퇴근 전이면 사교육비를 들여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는 학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면 저출생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1학기엔 전국 2000여 개 초등학교에서 ‘늘봄 학교’를 시행한다. 2학기부터는 전국 6100여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를 열어두고, 원하는 시간대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저학년은 한글 교실·종이접기·실내체육, 고학년은 구기 종목·코딩·영어 등을 배울 수 있다. 학교가 학원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올해 초1은 원하면 누구나 방과 후 2시간 무료 놀이 위주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내년엔 초2로 확대된다. 그동안 돌봄 교실이 있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작년 돌봄 교실을 이용한 학생은 1학년 34.5%, 2학년 25.9%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교실 공간이 부족하면 교내 과학실이나 학교 밖 청소년 수련관·도서관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시·도 교육청이 학생을 실어 나를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교육부 당국자는 “늘봄 학교는 올해 1학년, 내년 2학년으로 확대한 뒤 2026년에는 6학년까지 원하는 학생 누구나 100%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늘봄 학교는 학부모들이 가장 반기는 교육 정책이다. 교육부가 올해 1월 초교 1학년 예비 학부모(5만2655명 응답)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6%인 4만4035명이 “늘봄 학교 참여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전체 초1 신입생이 약 34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2학기 27만여 명이 늘봄에 참여할 것으로 교육부는 전망한다. 희망자 대부분이 오후 3시(25.4%)나 4시(29.8%)까지 아이를 늘봄 학교에 맡기고 싶다고 했다. 오후 8시까지 맡겨두겠다는 응답은 1.2%였다. 교육부는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 맞벌이 가정의 ‘돌발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해 오후 8시까지 운영하겠다”고 했다.

학부모와 달리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교사들 업무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교사노조연맹이 교사 77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학교 내 돌봄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가 98.6%에 달했다. 교사들이 늘봄 학교 업무까지 떠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 불만에 대해 교육부는 별도 인력을 채용해 돌봄 업무에서 교사들이 손을 떼게 한다는 방침이다. 학교마다 ‘늘봄 지원실’을 새로 만들어 전담 인력을 무기 계약직으로 뽑기로 했다. 올 1학기엔 기간제 교사에게 임시로 일을 맡기지만 2학기부터는 전담 인력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교육청은 “무기 계약직을 수천 명 뽑아야 할 텐데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늘봄 학교의 전담 인력이 파업이라도 하면 뒷감당은 결국 교사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중·고교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학교의 중간, 기말 고사 기출 문제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금은 공개 여부가 학교에 맡겨져 있는데, 훈령을 고쳐서 공개토록 할 예정이다. 내신 기출 문제를 얻겠다고 학원에 가는 수요를 줄이자는 취지다.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유보 통합)하기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시범 사업도 추진한다. 3월 중 30곳을 선정해 1년간 운영하고, 유보 통합 기관 모델을 구체화시킨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