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시달리던 지방 사립대들이 줄줄이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산의 사립대 경성대는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올해 대학 등록금을 전년 대비 5.64% 인상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경성대는 이번 등록금 인상으로 올해 약 40억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사립대인 계명대도 올해 등록금을 전년 대비 4.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부산 사립대 영산대는 5.15%, 강원·경기에 있는 경동대는 3.758%를 인상할 방침이다.

그래픽=김현국

등록금을 올리려면 등심위에 있는 학생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번처럼 학생 대표들도 등록금 인상에 손을 들어주는 것은 이례적이다. 교육계 인사는 “오랜 등록금 동결로 지방 사립대의 재정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학생들도 절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사립대 총장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경성대의 경우 1년 평균 등록금이 657만원 정도로, 재학생 1만명이 넘는 전국 사립대 37곳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더 버티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영어 유치원 학비보다 싸다. 현재 대다수 대학이 등심위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대학이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들이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올해의 등록금 인상 한도는 5.64%다. 그러나 교육부는 2009년 이후 장학금 불이익 등으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사실상 억제해왔다. 재정이 악화한 지방 사립대들은 정부가 주는 장학금에서 불이익을 받더라고 등록금을 더는 묶어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장실도 제대로 고치지 못하고, 강사들 임금도 주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15년 넘게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대학이 시설이나 우수 인력 유치 등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