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서울 대치동에 사는 A씨는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하자 강남의 대입 컨설팅 학원에서 ‘지방 유학’ 상담을 받았다. 올해 고1이 되는 딸을 지방 고교에 보내면 ‘지역 인재 전형’으로 지방 의대에 더 쉽게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의대 증원이 지방 의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지방 의대는 해당 지역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신입생 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입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지역 인재 전형으로 의대에 들어가려는 학부모의 (지방) 유학 상담이 제법 있었지만, 정부 발표 이후 상담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현재 ‘지역 전형’은 지방 의대와 한의대, 치대, 약대 등이 해당 지역 고교를 나온 학생을 전체 신입생의 40%(제주·강원 20%) 이상 뽑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역 학생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일반 전형보다 합격선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를 노리고 자녀를 지방 고교로 유학 보내는 수도권 학부모가 있었다. 작년 전국 40개 의대 정원 3058명 중 1030명(26개 의대)이 지역 인재 전형으로 합격했다. 이번에 정부가 의대를 2000명 증원하면서 지방 의대를 대폭 늘리고 지역 출신 선발 비율도 높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지방 유학’을 문의하는 수도권 학부모가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지금 수도권에 거주하는 중·고교생은 지방으로 이사 가도 지역 전형으로 의대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지역 인재 전형은 해당 지역 고교를 3년간 다녀야 한다. 그런데 올해 고1이 되는 학생이 지방 고교에 전학 아닌 입학을 하려면 2주 안에 모든 절차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중학생이 지방으로 가도 ‘지역 전형 의대 입학’은 어렵다. 중3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 입시부터 해당 지역에서 고교는 물론 중학교까지 6년을 다녀야 ‘지역 인재’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성규

지역 전형으로 의대를 쉽게 가려면 지금 초등학생이 지방 유학을 가야 한다. 올해 초6 이하가 전학을 가서 지방의 중·고교를 6년간 다녀야 ‘지역 전형’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의대 진학만을 목표로 어린 자녀를 지방으로 보내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자녀의 적성과 직업을 초등생 때 정하기는 더 어렵다. 일각에선 “초등 의대반도 있는데 의대 진학에 유리한 기숙형 중·고교가 늘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찌감치 지방 유학을 간다면 서울과 가깝거나 교통이 좋은 강원·충청권이 인기를 끌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학원가가 있는 세종시도 언급된다.

비수도권에선 “지방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 지방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제주 의대는 현재 20%인 지역 인재 비율을 올해 입시부터 50% 이상 늘리기로 했다. 제주대 관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제주로 유학 오는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지방국립대 총장은 “졸업생 진로를 조사해 보니 지역 출신 학생일수록 지역에 남는 비율이 크게 높았다”며 “지역 인재 선발 비율을 40%에서 8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지방 학원가에선 “올해가 의대 진학의 절호의 찬스”라며 ‘의대 집중 대비반’ 광고가 대폭 늘었다고 한다. 지방 의대에 지원한 지역 인재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많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당수 의대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두고 있는데 이를 더 낮춰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수도권 학부모들은 “역차별 아니냐”는 불만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