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육 혁신을 통해 지역 소멸을 막는 ‘교육 발전 특구’ 시범 지역 31곳을 지정했다. 이 지역들은 3월부터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시스템을 만들고, 초·중·고교에 다양한 교육과정을 도입한다. ‘이차전지고’ ‘AI영재고’ 등 새로운 학교도 만들어 기업 전문가가 직접 교육한다. 정부는 특구당 최대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28일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은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40건의 신청서가 접수됐고, 평가를 통해 6개 광역지자체와 43개 기초지자체를 1차 교육 발전 특구 시범 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교육 특구는 현 정부가 새로 시도하는 지방 균형 발전 사업이다. 지역 주민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일이 없도록 보육·교육 환경을 정비해 인구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구당 30억~1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요청하면 규제도 대폭 풀어줄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나라 모든 학교에는 똑같은 교육과정이 적용되는데, 특구에서는 학교의 교육 시간이나 과목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특구로 지정된 광역지자체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제주 등 6곳이다. 이 지역에선 광역지자체 주도로 전체 지역에서 같은 정책들이 추진된다. 기초지자체가 단독으로 지정된 곳은 총 20곳이다. 경기 고양·양주·동두천, 인천 강화, 강원 춘천·화천·원주, 충북 충주·제천·옥천·진천·음성·괴산, 충남 서산, 경북 포항·구미·상주·칠곡·울진·봉화, 전남 광양이다. 이들은 개별 지자체 특성에 맞는 정책들을 추진하게 된다. 광역지자체가 특정 기초지자체와 공동으로 신청한 특구도 5곳이다. 충남도는 아산시와, 경북도는 안동·예천시와 신청했다. 경남도는 진주·사천·고성·창원·김해·양산·거제·밀양 등 8곳과, 전북도는 익산·남원·완주·무주·부안 등 5곳이 신청했다. 전남은 나주·목포·무안·신안·영암·강진 등 6곳과 지원했다. 교육 발전 특구는 올 3월부터 최대 3년간 시범 운영한 뒤 결과를 평가받는다.
많은 지자체가 파격적인 돌봄 시스템을 제안했다. 초등학교·공공시설에서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는 것이다. 부산은 1년 365일 운영하는 ‘24시간 돌봄 센터’를 설립한다. 강원 화천은 부모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광주는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가 오전 10시까지 출근할 수 있게 해주는 중소기업에 지원금을 줄 계획이다. 울산은 정년퇴직한 시니어들이 야간이나 주말에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봐주는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별한 고교들을 만들겠단 지역도 많다. 지역 취업에 유리한 특성화고와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자율형 공립고’를 만든다. 부산은 ‘부산 국제 케이팝고’를 만들고 외국 학생을 유치할 예정이다. 포항은 포스텍·한동대와 손잡고 포항고·포항여고를 첨단 산업 특화 고교로 키운다. 포항공고는 ‘이차전지 특성화고(옛 실업계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고등학교에서 지역 산업에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지역 기업에 취업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은 무안반도에 해상 풍력·친환경 선박 특성화고를 운영한다.
대구·동두천·춘천·구미·제주 등은 IB(국제 바칼로레아) 운영 학교를 늘린다. IB는 토론·발표 중심으로 수업하고, 학생 생각을 묻는 논술형 시험으로 성적을 매기는 국제 인증 교육과정이다.
파격적인 교육 실험을 하겠다는 곳도 있다. 대전은 국립한밭대와 특성화고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고교부터 대학 졸업까지 지금은 7년이 걸리는데, 이를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5년 과정을 밟는 학생들에겐 산업기능요원 복무 등 병역 특례를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엔 대덕 연구개발 특구가 있어 바이오 헬스, 국방, 우주 항공 등 첨단 산업 분야 기업이 많다”면서 “인재들이 빨리 지역 기업에 취업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은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배우는 AI·바이오 교육과정을 개발해 지역 학교에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대구, 춘천, 울산, 제주 등은 지역 출신 학생들이 의대·약대 등 인기 학과에 진학할 수 있게 지역 인재 전형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부 지자체는 첨단 학과 등으로도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인기 학과들이 지역 출신 학생을 많이 뽑으면 인재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