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늘봄 학교’가 4일부터 시행된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4~5일 전국 초등학교 2741곳에서 시행하고, 2학기부터는 전국 6000여 곳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늘봄학교는 초1 학생들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 등에서 돌봄과 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부모는 모두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부모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참여하는 초1에게 한글·수학·체육·미술·과학 등 프로그램을 2시간 동안 무료로 제공해 하교 시간을 오후 2~3시로 늦춰준다. 이후에도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과 저녁 돌봄 서비스 등을 통해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 저녁도 줄 예정이다.

학교에 공간 없으면 근처에 거점형 늘봄센터 -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서구 한 주상 복합 상가에 개관한 '거점형 늘봄센터'에서 어린이들이 카드 만들기를 하고 있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들은 이달 신학기부터 초등학생들에게 아침, 저녁으로 다양한 방과 후 수업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전면 시행한다. 학생들은 학교 안이나 근처 센터 등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다. /뉴시스

4일부터 시행이지만 “혼란스럽다”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개학이 코앞인데도 늘봄학교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안내받지 못했다는 경우도 있다. 부산 강서구의 초1 학부모 A씨는 “예비 소집일에 늘봄학교 수요 조사를 하길래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관련한 연락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며 “늘봄을 하는 게 맞는 거냐”고 했다. 경기 용인시의 B씨는 “늘봄학교를 신청했는데 매일 2시간 동안 어떤 프로그램으로 가르칠 예정인지 아직 모른다”며 “교육 내용을 보고 학원과 늘봄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은데 시간표 안내가 아직 없다”고 했다.

늘봄학교는 맞벌이 부부가 출퇴근 걱정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초1 학생을 돌봐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4일부터 운영하는 학교 2741곳 중에는 ‘아침 7시 돌봄’이나 ‘저녁 8시 돌봄’은 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학부모 수요 조사에서 희망자가 너무 적어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학부모 사이에선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1명이라도 돌봐준다고 홍보하더니 사실과 다르지 않으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역별 차이도 크다. 부산·전남은 모든 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지만, 서울은 전체 초등학교의 6.3% 정도만 실시한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의 내용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부산 북구의 C씨는 “학교에서 보내온 늘봄학교 시간표를 보니 일주일 10시간 중 대부분이 ‘창의 놀이’이고 나머지는 독서·수학”이라며 “정부가 말한 다양한 미술·체육·과학 프로그램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학교들은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늘봄학교를 시작하는 2741곳이 지난달 정해졌다. 교육지원청과 학교는 지난 한 달간 늘봄학교 업무를 맡을 기간제 교사를 뽑는 공고를 올렸다. 하지만 지원자가 없어서 못 뽑은 학교가 많다. 교육청 채용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말에도 ‘늘봄 담당자 구인 공고’가 계속 올라왔다. 연휴인 1일에도 올린 곳이 있을 정도다. 일부 교육청은 자격 조건을 ‘중등 교사 자격자’와 ‘만 70세 이하’로 확대하기도 했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들은 초등학교 교육 현장을 모르는 중고교 교사나 60~70대 퇴직 교사가 늘봄 업무를 잘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교육부는 “일부 학교에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각 학교가 4일 입학식 때 늘봄 시간표와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늘봄을 담당할 기간제 교사 확보에 대해선 “늘봄학교를 시행하는 초등학교 90%는 담당 교원 배치가 끝났는데 일부 안 된 곳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