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5일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 학원 5층. 저녁 7시가 되자 100여 석 규모의 강의실에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장인 대상으로 열리는 ‘의대 야간 특별반’ 입학 설명회를 듣기 위해서다. 강사는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올해 수능에선 4문제 정도를 더 틀려도 지방권 의대에 갈 수 있다”며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변화를 설명했다. 30대부터 50대까지 15명이 왔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초등교사 박모씨는 “최근 교사의 사회적 인식과 처우가 나빠져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올해는 퇴근 이후 들을 수 있는 야간반을 듣고, 내년 휴직한 후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자 입시 학원들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야간 의대반’을 만들고 있다. 직장인이 퇴근 후 들을 수 있는 수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학원가에선 이달 말 의대 증원 규모가 최종 확정되면 직장인 의대 준비생들이 더욱 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가스터디는 이번 달 서울 서초구 ‘의약학전문관’에서 직장인 대상 ‘야간특별반’을 개설한다. 메가스터디가 직장인 대상 야간 의대반을 운영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메가스터디 측은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한 뒤 ‘등록하고 싶다’는 직장인들 문의가 쇄도해서 강좌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직장인들 퇴근 시간을 고려해 수업은 저녁 7시 10분에 시작한다. 이날 자영업자 김모(53)씨는 “사업하면서 안정적 소득을 올리는 방법을 항상 고민했는데, 의대 증원 뉴스를 보고 찾아왔다”며 “설명을 들어보고 의대에 도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 공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3명이 함께 오기도 했다.

‘의대 증원’ 방침이 발표된 지난 겨울부터 학원들은 의대 맞춤형 강의를 늘리고 있다. 종로학원은 지난달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하루 만에 ‘긴급 의대 설명회’를 열었다. 4000여 명이 들었다. 올해 ‘의대반’도 처음 만들었다. 이 학원은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이 작년 9500여 명 수준에서 올해엔 1만6000여 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입시업체 이투스는 ‘스타강사’를 내세워 직장인 대상 강의 홍보를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의대정원+2000명 축하해’ 문구를 걸고 관련 강의를 소개한다. “의대 가기 쉬워요. 직장인도 해보세요.” “이투스 직원들도 인강 들으며 의대 준비 중”이라는 홍보 문구도 적었다.

한 대형 학원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사교육 업계도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의대 증원에 맞춰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타깃을 넓히려는 것”이라며 “사원·대리급 직장인은 물론, 학원 강사도 등록 문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강남하이퍼 학원은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 준비반에 등록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 의대반 정원을 10% 확대했다. 반수를 대비하는 야간반 수강생은 작년보다 20% 늘었다고 한다.

의대 증원 이전에도 의대 열풍으로 ‘늦깎이 의대생’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 의약계열(의대·치대·한의대·약대·간호대·치료·보건대 계열)의 25세 이상 신입생은 796명이었다.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학부로 전환된 2015학년도에 21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6배까지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고3 학생 비율은 73.4%에서 69.0%로 낮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근엔 대학 신입생뿐 아니라 2~3학년 학생들도 의대를 준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의대 입시는 ‘전문직 자격 시험’처럼 여겨져 늦게 들어가도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