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A(18)양은 작년 여름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고1 내신 성적을 잘 받지 못해 수시 전형으로는 원하는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자퇴 이후엔 재수 학원에 등록해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수능 공부를 한다. 4월 검정고시를 본 뒤 수능을 쳐서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다.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친 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4월 치러지는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한 10대 학생(13~19세)은 1만6332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검정고시는 매년 4월과 8월 두 차례 실시되는데,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한 10대 학생이 가장 많았던 작년엔 4월 1만4308명, 8월 1만5737명이 시험을 봤다. 2022년 4월엔 1만2051명이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했는데, 2년 만에 35%가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응시생 규모는 작년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계에선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자퇴 후 검정고시’를 택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며 의대에 도전하는 학생 수도 늘어나는데, 수시 전형으로 의대에 합격하기 위해선 고등학교 3년 동안 거의 모든 과목에서 1등급(상위 4%)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학년 1학기 시험에서 의대에 갈 성적을 못 받아 ‘빠른 자퇴’를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퇴 후 검정고시’는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교육부가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을 40%로 늘리며 크게 늘어났다. 수능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자 중 검정고시 출신 비율은 2019년 0.7%에서 2023년 1.3%로 늘었다.
내신 성적을 ‘초기화’할 목적으로 학교를 자퇴한 뒤 재입학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한 자율형 사립고 교감은 “고3이 아닌 고1 때 재수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상대적으로 내신 따기가 어려운 서울에서 자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