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로 패스!” “왓 아 유 두잉(What are you doing)!”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다문화교육지원센터(다+온센터)’. 2층 다목적교실에서 중학생 10명이 플라잉 디스크(원반 던지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썼다. 몇 개월 전 태국·중국·캐나다 등지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이다. 히잡을 쓴 파키스탄 출신 여학생도 있었다. 옆 교실에선 외국인 초등학생 10명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한국어 강사가 모니터에 쓰레기통 그림을 띄워놓고 “이 물건은 뭘까요?”라고 묻자 교실 곳곳에서 “쓰레…통!” “스레기동!” 같은 서투른 대답이 쏟아졌다.

이곳은 서울시교육청이 직영하는 유일한 다문화 학생 한국어 교육 기관으로, 2019년에 문을 열었다.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 학교에 입학하기 전 5개월간 한국어 수업을 듣는 ‘예비 한국 학교’다. 오전 9시부터 한국어와 음악·미술·체육 수업을 들은 후 점심을 먹고 집에 간다. 교육비는 모두 무료다. 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몇 개월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학교에 입학하면 적응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오후엔 한국 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문화 학생을 위한 ‘방과 후 한국어 교실’도 열린다. 현재 오전 20명, 오후 45명이 수업을 듣는다.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다문화교육지원센터(다+온센터)'에서 한국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외국인 학생들이 국가별 인사말이 적힌 엽서를 구경하고 있다. 이곳은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 학교에 정식으로 입학하기 전 5개월 동안 한국어를 배우는 곳이다. 갈수록 국내 입국하는 다문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센터에 들어오길 원하는 학생들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윤상진 기자

갈수록 국내 다문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센터에 다니고 싶어 하는 학생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작년 한 해 상담 전화가 5000여 건 걸려 왔는데,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초반엔 중국·베트남 출신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일본, 키르기스스탄, 콩고, 캐나다 등으로 다양해졌다. 예전엔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 부모를 따라온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 학교에 다니려고 일부러 한국에 온 학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학생은 2019년 1만7929명에서 작년 2만388명으로 4년 만에 13.7% 증가했다.

문제는 센터에서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울교육청이 3년 전부터 민간 업체와 대학 등에 위탁해 한국어 교육 기관을 매년 하나씩 늘렸는데도 역부족이다. 센터는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려고 할 수 없이 다니던 학생들을 일찍 한국 학교에 입학시키고 있다. 작년에만 24명이 5개월 수업을 다 듣지 못하고 중간에 학교로 갔다고 한다. 한국어 방과 후 교실도 2020년 10명 한 반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8반으로 늘리고 저녁에 온라인 ‘줌 수업’까지 운영한다. 그래도 학생이 너무 많아서 ‘주 4일’ 수업을 ‘주 2일’로 줄여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하고 있다. 중학생 중엔 노원·도봉·강동구에서 왕복 2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오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에서도 외국인이 적은 지역 학생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림동 등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 학교에는 이중 언어 강사와 자체 한국어 교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문화 학생이 적은 지역 학교에는 이런 시스템이 부족하다. 소수의 다문화 학생을 위해 한국어 수업을 해주거나 이중 언어 강사를 채용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이달부터 이중 언어 상담사가 직접 학교로 찾아가 학교 생활을 어려워하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다. 한 달도 안 됐는데 30명이 상담을 받았다.

교육계에선 앞으로 외국 인력을 유치하려면 공교육 내 한국어 교육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한국 학교에 한국어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자녀 교육 걱정에 한국에 오길 꺼려 하는 해외 우수 인재가 굉장히 많다”면서 “다문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학교마다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