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수업 일정을 미루고 있는 전국 의대들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수업을 재개한다. 대학들의 ‘휴강 마지노선’이 다가오면서 의대생들의 단체 유급 위기도 가시화하고 있다. 대학들은 법으로 정해진 ‘최소 수업 일수’를 채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음 주부터는 강의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4일 기준 전국 의대생 중 55.2%(1만366명)가 휴학을 신청했다. 대부분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는 ‘동맹휴학’이다. 대학들은 이런 경우는 휴학을 허가하지 않고 있어 의대생들은 휴학을 승인받지 못한 채 수업에 불참하고 있는 상태다. 대학은 통상 전체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한 학생에게 F 학점을 주고, 의대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수업 불참으로 인한 ‘집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당초 2월 예정이었던 개강을 미루거나 휴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도 이제 더 이상 수업을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학들은 법령상 한 학기에 최소 15주는 수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5월로 넘어가면 야간과 주말에 수업을 해도 15주를 채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북대는 8일 의대 수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온라인 수업도 별도로 찍어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영상 보는 것도 출석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가천대는 이미 1일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하고, 강의 동영상도 녹화해 올려준다. 교육계에선 “의대생들이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경우가 있는데, 온라인 수업은 눈치 안 보고 들을 수 있으니 대학들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남대 의대는 15일 개강한다. 이 학교는 원래 지난달 25일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의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개강을 한 차례 더 미뤘다. 중앙대는 다음 달 1일부터 의대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고려대 의대 등 상당수 대학은 아직 수업 재개 일정을 못 정하고 있다. 연세대는 이론 수업만 진행하고 있는데, 상당수 학생이 불참해 ‘F 학점’ 처리되는 일자가 임박한 상태다.
한편 정부는 이날 “내년 전공의 정원을 배정할 때 비수도권 배정 비율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의대 정원과 연동하는 방향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 이탈 이후 대형 병원의 적자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전공의 이탈 후 45일간 50개 수련 병원의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00억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