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행동으로 수업 일정을 미뤄오던 전국 의대들이 수업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법으로 정해진 ‘최소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해 의대생들이 단체 유급될 위기에 처하자,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교수들까지 나서서 학생들에게 수업 복귀를 권유하고 있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북대는 예과 2학년과 본과 1~2학년 수업을 8일부터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재개한다. 전북대는 같은 날부터 대면 강의를 재개하되 출석이 어려운 학생들을 고려해 비대면 수업도 함께 진행한다. 지난 2월 개강한 두 학교는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자, 휴강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미뤄왔다. 경북대는 의대생 660명 중 508명, 전북대는 665명 중 641명이 휴학을 신청한 상황이다.
이들 대부분은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는 ‘동맹휴학’에 나선 것인데, 대학들은 이런 경우 휴학 처리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유급 처리된다. 이번 달이 ‘휴강 마지노선’으로 더 미루면 단체 유급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에 교수들이 학생들을 개별 면담하면서 수업에 복귀하라고 설득하는 의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환 경북대 의대 학장은 “의대 증원 찬반을 떠나 모든 교수가 학생들 수업만큼은 재개해야 한다는 데 한마음 한뜻”이라며 “전공의 파업으로 정신적·체력적으로 고갈된 교수님들까지도 학생들이 돌아오면 어떻게든 수업을 하겠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두 학교에 이어 전남대와 조선대, 원광대, 가톨릭대 등 의대도 더 이상 개강을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15일 수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수업에 얼마나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가천대 의대는 지난 1일 개강했지만 대면 강의에 참석한다는 학생이 적어 일부만 참여하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6일 기준 전국 의대생 중 55.2%(1만375명)가 휴학을 신청한 상황이다. 대학들은 만약 학생들이 수업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단체 유급 사태 등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본과 4학년이 졸업을 못 해 단체로 국가고시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학생들이 최악의 피해를 보는 일은 막으려 교수님들까지 수업을 재개하려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