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 지방대 한 학교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예비 지정 평가에서 올해 20곳(33대학)이 선정됐다. 이 중 절반 가까운 9곳(22대학)이 대학을 합치는 ‘통합’이나 인력, 물자를 공유하는 ‘연합’ 형식으로 지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 위기를 맞은 지방대들이 과감한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교육부는 이 중 10곳을 오는 8월 최종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한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글로컬 대학에 지방대 109개가 혁신안 65건을 제출했다. 글로컬 대학은 현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으로, 혁신하는 지역 대학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이번에 예비 지정된 대학 20곳 중에선 영남권이 10곳으로 가장 많았다. 호남·충청권 각 4곳, 강원권 1곳이다. 여러 지역 대학이 함께 도전한 경우(대구보건대·광주보건대·대전보건대)도 있다.
아예 대학을 합치겠다는 경우가 3건이었다. 국공립대인 창원대·도립거창대·도립남해대는 2028년까지 통합하기로 했다. 여기에 승강기대,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등 기관들과 연합해 방위·원자력·스마트제조 산업 연구에 특화된 ‘경남창원특성화과학원(GCIST)’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원광대와 원광보건대도 통합에 도전장을 냈다. 2027년까지 통합 대학을 출범하고 생명 융합 분야로 특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립대인 충남대·한밭대 역시 2027년까지 통합하고, 의약 바이오와 국방 연구에 특화된 연구 중심 대학을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교육부는 작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대학들이 ‘연합’ 형식으로도 글로컬 대학 사업에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이번에 ‘연합’ 형식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각자 강점 분야의 교육·연구를 공유하면서 약한 학과는 통폐합한다는 혁신안을 내놓은 경우가 많다. 동아대·동서대는 교양과 인공지능(AI) 교육과정을 같이 운영하고, 학생들이 양쪽 대학으로 자유롭게 편입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울산과학대·연암공과대는 교수들의 교육·연구 역량을 공유하는 ‘공동 교수제’를 실시하고, 공대는 합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구보건대·광주보건대·대전보건대는 지역을 넘어선 연합 대학을 꾸리는 혁신안을 제출했다. 대학 법인을 합치진 않지만, 별도 사단법인을 만들어 교육·평가·학사 등을 사실상 같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단독으로 예비 지정된 11대학 중 순천향대·연세대(미래)·인제대·전남대·한동대 등 5곳은 작년 글로컬 대학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탈락한 곳이다. 이번에도 예비 지정 자격을 유지했다. 나머지 여섯 대학은 지역 산업과 연계한 비전을 제시한 대학이 주로 선정됐다. 건양대는 2027년 준공되는 논산국방국가산단과 연계해 국방산업 교육·연구에, 경남대는 창원국가산단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디지털 지역 인재 양성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예비 지정에는 신입생을 못 채울 정도로 지나치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들도 선정됐다. 예비 지정된 영남권 한 대학은 작년 신입생 충원율이 80.1%에 불과했다. 호남권 한 대학도 작년 충원율이 91.3%였다. 과거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거나 허위로 학생 수를 부풀려 정부 지원금을 타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학 등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 “학령 인구 감소로 자연스럽게 도태될 대학까지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제가 심각한 대학들은 최종 평가에서 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컬 대학
정부가 교육 혁신을 추진하는 지역 대학을 선정해 각 대학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 2026년까지 30곳을 선정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방대들은 특성화 전략을 강조하거나, 다른 대학과의 통합·연합을 내세워 이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작년에는 포항공과대, 부산대·부산교육대(통합) 등 10곳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