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인권 보호에만 치중해 교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지난 24일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충남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서울시의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폐지안은 이날 국민의힘 시의원 60명의 찬성으로 통과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는 전체 시의원 111명 중 75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학생 인권 후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시의회 국민의힘은 “당초 취지와 달리 학교 현장에서 폐해가 많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된 뒤 서울과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6곳에서 도입했다. 지역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체벌 금지와 두발·복장 규제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진보·좌파 성향 교육감들이 도입했다. 조례 도입 후 체벌과 ‘강제 야간 자습’이 사라졌다는 긍정 평가도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사의 교육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테면 학생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일부 학생은 이 조항을 근거로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것도 정당한 휴식권이라 주장하며, 교사가 지적을 하면 교육청 등에 신고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휴대폰을 소지할 수 있는 권리’ 조항을 들어 수업시간에도 마음대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차별 금지 조항’은 교사가 특정 학생을 칭찬하면 민원을 받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한국교총이 작년 교원 3만29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선 84.1%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작년 ‘교권 추락’ 논란을 부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생인권조례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에선 조례를 개정하거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이날 시의회를 통과한 폐지안을 공포하면 최종적으로 폐지돼 효력을 잃는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교권 침해와 학생 인권 조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그가 재의 요구를 하더라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수가 재의결 요건인 ‘전체 3분의 2 이상’이기 때문에 결국 통과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작년 3월 국민의힘 소속인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조례 폐지안 청구를 받아 발의했다. 하지만 작년 말 서울행정법원이 시민 단체가 낸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제동이 걸렸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관련 특위를 만들어 폐지안을 다시 상정했다.
이날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하는 ‘서울시교육청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도 가결했다. 이 조례안은 학생의 권리만 강조한 기존 학생인권조례와 달리 ‘교권을 침해하지 않을 책임’ 등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