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을 위해 교무회의가 열리는 7일 오후 이 대학 대학본부에서 의과대학생들과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산대·제주대 등 국립대들이 의대 증원에 필요한 학칙 개정안을 잇따라 부결하며 정부에 반기를 든 가운데, 대다수 대학이 이달 중순 이후 학칙 개정안 최종 심의를 할 계획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서울고법이 오는 16일 즈음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까지 국립대 9곳 중 전남대를 제외한 8개 국립대가 아직 의대 증원 학칙 개정을 하지 못했다. 전북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등은 학칙 개정안 심의 절차를 법원 판단 이후인 이달 말쯤으로 계획했다. 29일로 심의 날짜를 잡은 전북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학칙 심의)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구성원들에게 숙고할 시간을 주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2025학년도 증원은 사실상 백지화된다. 그러면 대학도 학칙을 개정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법원이 기각하면 정부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리고 대학들은 의대 증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

부산대는 지난 7일 교무회의에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원래는 다음 주 교무회의를 다시 열어 재심의하기로 했지만, 일정이 연기됐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서 재심의해도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전 부산대 김정구 교수회장은 “재심의로 말미암아 국립대 맏형인 부산대가 도로 지잡대가 되지 않도록 교수님들의 많은 협력과 응원을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다른 교수들에게 돌렸다. 전날 교수평의회에서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한 제주대 역시 재심의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날짜를 잡지 못했다.

충북대는 다음 주 중 최종 심의 기구인 교수평의원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미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도 8일 학칙 개정안 심의를 하기로 했다가 일정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