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지난 10일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는 작년 11월 대학별 의대 증원 수요 파악을 시작으로 지난 3월 ‘2000명 증원분’을 각 대학에 배정하기까지의 과정도 담겨 있다. 정부는 이 자료를 토대로 “정원 배정에 필요한 절차를 지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원 배정 과정에서 ‘의학교육점검반(점검반) 활동 부실’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 밀실 심사’ 등 문제가 있던 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본지가 법원 제출 자료를 분석해 보니, 교육부·복지부는 작년 10월 의대 증원 방침을 세우고 각 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현장 의견 조사’를 실시했다. 정부는 대학별 의대 증원 수요를 파악하며, ‘교육 여건 개선 계획’ ‘시설 확보 현황 및 확충 계획’ 등을 자세히 적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토대로 작년 11월 의대 교육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점검반을 꾸려 수요 타당성 검토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의학교육점검반이 전체 대학이 아닌 14곳만 현장 점검을 해 부적절한 데다, 어떤 점검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자료도 전무하다”며 “또 자격을 갖춘 이들이 참여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법원에 점검반 현장 점검 내용에 대해 2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을 제출하는 데 그쳤다. 이 요약본에는 ‘수요 제출까지 기간이 짧아 대학별 준비 상황 상이’ 등 급박한 정책 추진을 우려하는 대목이 나타나 있기도 했다.

이런 의료계 주장에 대해 정부는 반박 브리핑을 열고 “점검반은 의대 교수와 대학 평가 관계자 등 전문가로 구성됐다”며 “사전에 각 대학으로부터 자료를 충실히 확보했기 때문에 14개 규모 큰 대학만 샘플링한 것”이라고 했다. 점검반은 각 대학이 제출한 의대 증원 수요 자료를 분석해 40개 대학 전체와 비대면 간담회를 가진 뒤, 현장 점검이 필요한 14개 대학에 대해서만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또 당시까지만 해도 정부는 ‘간담회에서 의대도 증원에 적극적이며 본부·의대 간 상호 협조적 태도로 준비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 등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증원 정책에 의대도 협조할 것으로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던 셈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배정위 위원 명단을 끝내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거수기 역할을 하는 이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밀실 심사한 탓”이라고 비판했고, 정부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위원들 명단을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해 양해를 부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