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정부가 당장 올해 입시(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린다고 밝히며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교육계에선 고2가 치르는 내년 입시 역시 혼란스러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무전공 확대 등 입시 판을 뒤흔드는 정책을 갑자기 도입하면서 대학들이 수험생들에게 입시 계획을 미리 발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현국

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연세대는 이달 초 올해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무전공 전형으로 480명을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년(388명) 대비 92명 늘어난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고2를 대상으로 발표한 2026학년도 대입 계획에서 연세대 무전공 선발 인원은 387명이었다. 고려대 역시 무전공으로 2025학년도엔 196명, 2026학년도엔 94명 뽑는다고 발표했다. 서울대(2025학년도 546명·2026학년도 520명), 중앙대(389명·295명), 경희대(406명·183명) 등도 2025학년도 무전공 선발 인원이 훨씬 많은 것으로 공고돼 있다. 입시 요강만 보면 대학들의 무전공 선발 인원이 올해 늘었다가 내년에 갑자기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내년에도 무전공 선발 인원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고2 대상 대입 계획에 이를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교육부가 ‘무전공 확대 정책’을 최근 갑자기 발표했기 때문이다. 본래 대학들은 ‘대입 사전 예고제’에 따라 학과별 모집 정원을 포함한 대입 계획을 실제 입시가 진행되는 해의 전년도 5월 전에 발표해야 한다. 현재 고2를 대상으로 한 대입 계획은 올해 5월 전 무조건 확정해 발표해야 했던 것이다. 수험생 혼란을 막자는 이 제도 취지에 따라 한번 발표한 대입 계획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대학 구조 개혁이나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안’이 있을 때는 예외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 1월에야 당장 올해 고3 입시부터 무전공을 확대한 대학에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2월에는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예외 조항을 근거로 각 대학에 5월까지 의대 증원과 무전공 확대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입 계획을 변경해 공고하라고 한 것이다. 대학들은 작년에 이미 발표한 대입 계획안을 뒤집고 2025학년도 입시 계획을 최근 며칠 사이 다시 발표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발표한 고2 대상 대입 계획에도 무전공 확대를 반영할 수 없었다.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무전공 정원을 확대하려면 학내 의견 수렴부터 학칙 심의까지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안 그래도 학내 반발이 심해 올해 입시에도 겨우 반영했는데, 2026학년도 계획에까지 반영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했다. 대학들은 무전공 확대를 반영한 2026학년도 대입 계획을 내년 5월 이전에나 다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고2가 치르는 2026학년도는 무전공 선발 인원뿐 아니라 의대 정원도 다시 바뀔 수 있다. 정부는 애초 2026학년도에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5058명 뽑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자 “의료계가 합리적인 단일안을 마련해 올 경우 2026학년도 정원은 다시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2 학생과 학부모들은 내년에 대학들이 다시 입시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무전공과 의대 정원을 모르는 ‘깜깜이 상태’에서 입시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동완 부산시교육청 교육연구사는 “무전공 전형은 다른 학과 정원을 빼서 만드는 데다 유형도 다양해 어떤 입시 정책보다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특히 미리 진학할 학과를 정해 놓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학별 무전공 정원을 알 수가 없다 보니 혼란이 크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과 협의해 대입 계획에 무전공 정원을 내년 5월이 아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