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가 신입생 모집을 시작한 지난달 22일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등교하고 있다. /뉴스1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영재 학교 지원자가 작년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의대 증원’에도 이공계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감한 전국 영재 학교 7곳의 2025학년도 신입생 669명 모집에 3985명이 지원해 경쟁률 5.96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 5.86대1보다 소폭 올랐다. 올해 중3 학생은 약 42만명으로 작년보다 2만명 가까이 줄었는데, 오히려 영재고 지원자는 늘어난 것이다.

올해 경쟁률이 가장 높은 학교는 세종시의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7.52대1)였고, 그다음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7.37대1), 대구과학고(6.56대1), 서울과학고(6.18대1), 광주과학고(5.58대1), 경기과학고(4.99대1), 대전과학고(4.09대1) 순이다.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됐다.

영재 학교는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세운 학교다. 학비도 무료이고, 정부 예산도 일반고의 두 배 이상 지원한다. 하지만 한때 ‘의대 열풍’이 불면서 학생 상당수가 의대로 진학해 설립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교육부가 의대 지원 때 장학금을 환수하거나, 생활기록부도 의대 진학에 불리한 양식으로 써주는 등 의대 진학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영재 학교 경쟁률은 한때 10대1 이상으로 치솟았지만, 2021년부터 중복 지원이 금지되고 의대 진학 제한 조치가 강화되면서 점차 떨어졌다.

올해는 의대 정원이 1509명이나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요즘은 초등생 때부터 이공계 진학을 목표로 준비하는 영재 학교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의대 증원의 영향을 크게 받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AI(인공지능)나 반도체 등 첨단 인재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한 것도 영재 학교 인기를 높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영재 학교를 다니다 의대에 진학하고자 자퇴하는 ‘중도 이탈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최근 4년간 과학고와 영재 학교를 다니다 자퇴한 학생은 303명으로, 입시계는 이들 상당수가 검정고시를 쳐서 의대에 가려고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