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박정현 한국교총 신임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국내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총 박정현(44) 신임 회장이 과거 제자에게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한다’ ‘안아주고 싶다’ 등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교사들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인천 부원여중 국어 교사인 박 회장은 지난 20일 교총 77년 역사상 최연소로 당선됐고 취임식을 앞두고 있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달 초 교총 회장 선거 과정에서 ‘박 회장이 제자와 부적절 관계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가 2013년 인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던 중 A 학생에게 보낸 애정 편지 때문에 ‘견책’ 징계를 받고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는 것이다. 당시 박 회장 반의 학생들이 A 학생 가방에서 그가 보낸 편지를 발견해 신고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학생을 편애해 징계받은 사실이 있지만, 이성 관계 등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고,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런데 박 회장 당선 후 현재 20대가 된 당시 제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며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한 제자는 “유부남이었던 해당 선생의 행태에 다른 학생들은 상처를 받았는데 교총 회장까지 하며 당당히 사는 것은 정의에 맞지 않는다”며 “당시 상대 여제자가 서울대 (진학) 유망주인 점, 해당 고교가 특목고라는 점 등의 이유로 경징계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 회장이 A 학생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언론에 추가로 공개되며 그가 ‘거짓 해명’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편지에서 A 학생을 ‘나의 여신님’이라고 표현하며 “(기숙사) 점호가 진행되는 동안 당신이 늘 오는 시간에 엄청 떨렸어” “주변에 있는 다른 애들이 전부 소거된 채 당신만 보였어”라고 적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해”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깊이 사랑해” “차에 떨어지는 빗소리, 당신의 향기” “당신을 떠올리고 사랑하고 있다” 등의 내용도 있다.

박 회장은 추가 내용이 공개되기 전인 22일 입장문에서 “제자를 응원하고 입시를 격려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는데, 실제 내용은 단순 격려가 아닌 것이다.

26일 교총 회원 게시판에는 박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150개 넘게 올라왔다. ‘제정신이냐’ ‘사퇴하지 않으면 회원 탈퇴 운동을 벌여야 한다’ 등이다.

교육계는 그간 교사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강조해온 교총의 회장이 학생에게 연애편지를 보낸 것은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박 회장은 사퇴 여부를 묻는 본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