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태경 기자

정부가 3~5세 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7707개)과 0~5세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2만7568개)을 통합해 가칭 ‘영유아학교’(또는 유아학교)’를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통합 학교는 이르면 2026년 운영을 시작한다.

교육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유보 통합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작년부터 유치원(유아교육)과 어린이집(보육)을 합치는 ‘유보 통합’을 추진해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사 자격, 시설, 교육과정이 모두 달라 아이들이 다른 교육을 받는 문제가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하나의 기관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게 유보 통합의 취지다.

교육부는 유치원 교사 자격증과 어린이집 보육 교사 자격증을 ‘영유아 정교사’ 자격증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27년부터 대학에 ‘영유아 교육 전공’을 만들고, 이 학과를 졸업한 이들이 영유아 학교에서 일하게 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그간 보건복지부가 담당했던 어린이집 보육 관련 업무를 이날 이관받았다. 하나의 중앙 부처에서 영유아 보육과 교육 기관을 총괄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보 통합’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하지만 유보 통합의 쟁점인 통합 기관 운영, 교사 자격 기준 등 구체적 내용은 연말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그래픽=송윤혜

윤석열 정부는 유보 통합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면서 작년 말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어린이집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도록 정부조직법을 개정했다. 이 법이 27일 실제 시행되면서 교육부에선 유치원과 어린이집 업무를 모두 담당하는 ‘영유아정책국’이 출범했다. 교육계에서는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 통합의 첫발은 뗐다는 의미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역대 정부 모두 유보 통합을 추진했지만 부처 일원화조차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여전히 교사 자격 기준 통합 등 갈등이 첨예한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않아 기관 통합이 실현될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우선 교육부는 이날 유보 통합 실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2026년부터 ‘영유아학교’(가칭)라는 제3의 기관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영유아학교는 0~5세 모든 영유아를 교육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각 기관들이 입학 연령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원래 유치원이었던 곳에서 당장 0~2세 담당 교사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다. 겉으론 통합 학교인데 입학하는 유아들의 나이가 제각각이면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보 통합의 가장 큰 쟁점인 ‘교사 자격 통합’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하나의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유치원 교사 자격증은 전문대와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야 준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 교사 자격증 일부는 대학 학위가 없어도 딸 수 있다. 그 때문에 보육 교사에게 유치원 교사와 같은 자격증을 부여하는 데 대해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이 컸다.

이날도 교육부는 통합 기관의 교사 자격증을 0~5세를 모두 가르치는 ‘영유아 정교사’ 자격증으로 통합하는 1안과 ‘0~2세 담당 영아 정교사’ ‘3~5세 담당 유아 정교사’를 각각 운영하는 2안을 내놓고 연말까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2안은 사실상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결정을 미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미 자격증이 있는 유치원 교사와 보육 교사는 앞으로 10년간 운영되는 ‘특별교원양성과정’에서 필요한 강의를 이수하면 영유아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예컨대, 유치원 교사는 보육 관련 내용만 수강하면 된다. 야간·주말 대학원에서도 딸 수 있다.

새로운 영유아 정교사 자격증을 따지 않아도 기존 보육·유치원 교사 자격은 유지하기로 했다. 은퇴를 앞두는 등 새로 자격증을 따기 어려운 교사들을 배려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 통합 기관이나 학부모들이 통합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젊은 교사들은 해당 자격증을 취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영유아학교 설립은 국가·지자체·법인만 할 수 있다. 현재 어린이집은 개인이나 단체가 설립하는 것도 가능했는데, 앞으론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직장형 영유아학교’ 등 일부에 대해선 심사를 통해 개인·단체의 설립을 허용할 예정이다. 기존에 개인·단체가 설립해 이미 운영 중인 어린이집 등 기관은 예외 규정을 적용해 계속 운영할 수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운영 규정도 통합한다. 영유아 1인당 교실 면적 기준이 3.3㎡로 통일되고, 실외놀이터 설치가 의무화된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육실 등에 방범카메라 설치 의무가 있는데, 유치원은 설치 의무가 없다. 교육부는 앞으로 유치원 단체 등과 협의해 합의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의 이런 계획을 실현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연말까지 의견을 수렴한 후 시안을 확정해 내년 유보 통합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게 목표다. 야당이 협조해 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2026년부터 영유아학교가 도입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저출생 시대 양질의 교육을 위해 유보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재원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국회와 잘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유보 통합

유치원(유아교육)과 어린이집(보육)을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유치원은 3~5세, 어린이집은 0~5세를 담당한다. 두 기관은 교사 자격, 시설, 교육 과정이 모두 달라 영·유아들이 기관에 따라 다른 교육을 받는 문제가 있었다. 유치원은 교육에, 어린이집은 돌봄에 더 치중한다. 두 기관을 통합해 모든 유아들에게 유치원 수준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