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법원 결정이 나온 가운데 지난 5월 17일 서울 시내의 한 학원가에 의과대학 준비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초등학생에게 고2 과정을 가르치는 등 과도한 선행 학습을 조장하는 ‘초등 의대반’을 법으로 규제하자는 시민 단체 주장이 나왔다. 과거 서울 강남에서 성행하던 초등 의대반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1일 교육 시민 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생 대상 의대반이 서울 대치동을 넘어 전국 각지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과도하고 비정상적인 선행 학습을 바로잡기 위해 ‘초등 의대반 방지법’ 제정을 위한 3만 서명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초등 의대반을 포함한 비교육적 선행 학습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선행 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정상화법이 있지만, 이 법은 학교에서의 선행 교육을 규제할 뿐 학원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걱세’에 따르면, 과거 사교육 시장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반’ ‘서카포(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반’을 편성했지만 이젠 ‘초등 의대반’을 앞다퉈 편성하고 있다. 이름은 ‘초등메디컬반’ ‘초등M클래스’ 등으로 다르지만, 과도하게 선행 학습을 하는 것은 동일하다. 일부 학원은 “고등 수학을 초등 때 끝내야 의대에 갈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학생들을 모집한다고 한다.

실제 사걱세가 서울 지역 학원들의 초등 의대반 커리큘럼을 분석했더니, H 학원은 초6에 시작해 39개월 동안 고3 이과 수학까지 끝낸다. N 학원은 초3에게 고2 과정인 미적분까지 가르친다. G 학원은 2~6학년 대상 초등 의대반을 운영하는데, 초5의 경우 고2가 배우는 수1 과정까지 배운다. 사걱세는 “이 과정은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의 14배에 달하는 그야말로 초고속 선행 교육”이라고 밝혔다.

교육 전문가들은 과도한 선행 학습은 어린 학생들에게 지나친 학습 부담을 주고, 정서·사회 발달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사걱세는 “학원들이 초등 의대반을 운영하는 것은 아이들이 오래 학원을 다니게 할 수 있고, 현행 학교 진도가 아니라서 시험 결과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며, 선행 학습을 많이 할수록 ‘우수한 학생이 모여있다’는 인식을 줘서 학생을 유치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