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단체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대해 “의료계 지위를 실추시키고 학생들 목소리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의대협)는 2일 배포한 자료에서 “의협 회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있음에도 ‘표현의 자유’라며 부적절한 공적 발화를 일삼고 있다”며 “연이은 막말 때문에 의료계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능, 독단의 의협 회장은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려 하지 마라”고 했다. ‘의대 증원’으로 의정 갈등이 빚어진 지 다섯 달 만에 의대생 단체가 의협 회장에 대해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지난 3월 의협 회장에 당선된 임 회장은 그동안 거친 언행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 5월 정부가 외국 의사 도입 방침을 내놓자 소셜미디어에 소말리아의 한 의대 졸업생들 사진을 올리고 ‘커밍 순(Coming soon)’이라고 했다가 인종차별이란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전국 아동병원이 “아픈 아이들이 오갈 데가 없다”며 의협 주도의 집단 휴진에 불참 의사를 밝히자, 소셜미디어에 “멀쩡한 애 입원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임 회장에게 그간 막말 행태를 지적하며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라고 반박했다. 이를 지켜본 의대생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이날 공개 비판한 것이다.

의대협은 임 회장이 의대생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의대협이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8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는데도 이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의대협은 “의협은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부터 학생들을 철저히 배제했다”며 “앞으로 임 회장의 독단적 행보를 수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다섯 달째 돌아오지 않으며 의학교육학계에서도 “의대생 집단 유급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한국의학교육학회 이사)는 이날 오전 열린 한 강연에서 “이번 달이라도 의대생이 돌아오는 게 가장 희망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늦었다”며 “나머지 반년간 주말과 야간을 동원해 수업을 들어도 1년의 수업을 물리적으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위해 미이수(F) 학점을 받은 의대생도 유급하지 않는 등 방안을 밝힌 것에 대해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가 지켜보고 있는데 한국 의사들이 국제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겠느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9월 예정된 의사 국가시험에 대해서도 “4학년 중 준비된 학생이 거의 없어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