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4년제 사립대학들의 학생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이 사립 유·초·중·고에 비해 많게는 2100만원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15년간 대학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사실상 강제한 결과다.

전국 4년제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23일 ‘2023년 학교급별 사립학교 교육비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 151곳의 작년 1인당 연평균 교육비는 732만원이었다. 의대 등 의료 관련 전공만 운영하는 을지대 대전캠퍼스가 1041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연세대(920만원)가 뒤를 이었다.

그래픽=이철원

사총협이 학교 정보 공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와 통계청 사교육비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 작년 유·초·중·고 사립 교육 기관이 학생에게 받은 비용이 사립대학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명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학원(2093만원), 사립초(918만원), 국제중(1280만원), 예술중(682만원), 자율형사립고(905만원), 특목고(1018만원), 국제고(2847만원) 등이다.

고등학생과 재수생이 사교육에 쓰는 비용도 대학 등록금보다 많았다. 작년 고등학생 1인당 연평균 사교육비는 888만원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재수 학원의 수강 비용은 연간 2604만원에 달했다.

사총협은 “소비자물가가 지난 15년간 132.8% 인상됐는데 대부분 사립대가 정부 방침에 묶여 10년 넘게 등록금을 올리지 못해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심지어 최근 생겨나는 ‘반려견 유치원’(반려동물 위탁업체) 비용보다 사립대 등록금이 낮다”고 주장했다. 사총협이 서울 지역 반려견 유치원을 조사했더니, 보통 개 한 마리를 돌봐주는 비용으로 월 60만~90만원씩 받았고, 많게는 1년에 1200만원을 받는 곳도 있었다.

교육부는 2009년부터 각 대학에 등록금을 동결하도록 권고하다가 2012년 이후엔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엔 지원금을 안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동결을 강제했다. 대학들은 학생 수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등록금은 올리지 못해 재정난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장학금과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고 교원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어 전반적인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4년제 대학 193곳 중 26곳은 교육부 재정 지원 불이익을 감수하고 등록금을 인상하기도 했다. 최근 15년 사이 가장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올린 것이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사립대에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권리를 줘 학생들이 원하는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