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A(28)씨는 올해 초 교사를 그만뒀다. 그가 작년 담임을 맡았던 반에서 두 학생이 서로 다툰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게 계기였다. 한 학부모가 자기 아이 편을 들라며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를 걸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학부모는 자녀의 바지 주머니에 녹음기를 넣어 A씨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고 한다. 그는 “5년간 교사로 일했는데 매년 심해지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더는 견딜 수가 없어 사표를 냈다”고 했다.

20~30대 젊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본지가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학년(2023년 3월~2024년 2월)에 퇴직한 10년 차 미만 초·중·고 교사가 576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예정된 교사 신규 채용 규모(약 7000명)의 8.2% 수준이다. 학교를 떠나는 젊은 교사 숫자는 2020년 448명, 2021년 466명, 2022년 531명 등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권 추락으로 교직에 회의감을 느끼던 젊은 교사들이 작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사직을 더 많이 결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의 한 5년 차 초등 교사 B(28)씨는 “서이초 사건 후 저년 차 때 빨리 교직을 탈출하지 않으면 평생 악성 민원에 시달릴 것이란 불안감이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팽배해졌다”고 했다. B씨는 사표를 내고 현재 코딩을 배우며 개발자 취업을 준비 중이다.

낮은 처우도 젊은 교사들이 퇴직하는 이유다. 8년 차 초등 교사 박모(30)씨는 “초임 교사 월급이 세후 약 230만원인데 차라리 아파트 단지에 공부방을 차리는 게 돈도 더 벌고 ‘워라밸’도 챙기는 방법이란 얘기까지 나온다”며 “주변에는 올해 의대 증원이 확정된 김에 수능을 다시 봐서 의대 갈 준비를 하겠다는 젊은 교사도 많다”고 했다.

한국교총 회장 출신인 정성국 의원은 “학부모들이 자기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교사를 상대로 아동 학대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며 “정당한 교육 활동임이 입증되면 수사 개시를 하지 않는 등 교사가 민·형사상 면책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