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인증 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내년 입학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에 대해 50개 넘는 항목을 6년간 매년 평가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의평원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같은 내용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따른 주요 변화 평가 계획안’을 발표하고 대학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의평원은 의대를 인증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지나치게 빡빡한 기준을 내세워 의대 증원된 대학을 괴롭히겠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의평원은 평가 인증 기준 92개 중 ‘교수 채용과 선발 정책’ 등 51항목을 적용해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래 ‘입학 정원 증원’ 등으로 주요 변화가 있을 땐 15항목을 적용했는데, 세 배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또 평가 결과에 따라 2·4·6년 단위로 의대를 재평가하는데, 이번에 의대 정원이 많이 늘어난 대학은 매년 평가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안덕선 의평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이날 설명회에서 “의대 정원이 크게 늘어 과연 증원 전과 동일한 수준의 의학 교육이 제공될 수 있을지 국민이 우려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며 “의대의 준비 상황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라고 했다.
대학가에선 “부담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한 대학 총장은 “사실상 의대가 증원된 대학에 대한 반감으로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다른 대학 총장은 “의평원이 의료계 인사로 구성돼 있어 의료계 입장만 반영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평가 대상 대학은 오는 11월 30일까지 교수 확보 계획 등을 담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12월부터 평가가 실시되고 내년 2월 인증 여부를 각 대학에 통보한다.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대학은 재인증을 신청할 수 있지만, 재인증에서도 또 탈락하면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다. 2017년 서남대 의대가 의평원 인증에서 탈락한 후 재인증을 스스로 포기해 폐교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많은 대학이 의평원 계획안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의평원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들 의견을 반영해 보완을 지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