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의 도시’ 경기 김포시에 해병 부사관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고등학교가 생긴다. 고등학교와 해병대가 공동으로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이 과정을 이수한 고교생에게 졸업 후 해병대 부사관이 되는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젊은 인구를 유치하려는 김포시, 학생 감소를 고민하는 고교, 부사관 충원에 애를 먹고 있는 해병대가 의기투합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해병대와 김포시청, 김포교육지원청은 최근 김포시 북변동에 있는 김포과학기술고를 ‘해병대 협약형 특성화고’로 만들기로 협의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지자체, 교육청, 지역 기관이 함께 교육 과정을 만들어 지역 특화 인재를 육성하는 고교다. 김포과학기술고를 협약형 특성화고로 전환해 김포시에 있는 해병대 2사단에서 근무할 지역 인재 부사관을 길러낸다는 계획이다. 전환하면 교육부가 최대 25억원 지원금도 준다.
김포과학기술고는 1936년 설립된 전교생 503명의 남녀공학 특성화고다. 현재 4개 학과가 있는데 학과별로 해병대 특기와 연계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트융합기계과는 공병·기갑·군수·항공, 전기에너지설비과는 기갑·군수, 화장품화학과는 화생방, IT전자과는 정보·정보통신 등이다. 예컨대 화장품화학과에는 현대전에 쓰이는 화생방 무기의 원리 등을 가르치는 선택 과목이 새로 생기는 식이다. 이 선택 과목을 이수해 해병대 인증 기준을 통과한 학생에겐 졸업과 동시에 해병대 부사관 임관 자격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원래 해병대 부사관이 되려면 체력 검정과 면접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를 면제해준다는 것이다.
경남 진주 공군항공과학고 등 부사관을 전문 양성하는 고교는 있지만, 해병대와 손잡고 협약형 특성화고 형태로 부사관 양성에 도전하는 고교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포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해병대와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내년 초 교육부에 전환 신청을 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내년 3월부터 학교에서 해병대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해병대는 학교에 인력을 파견해 수업을 도울 계획이다. 학생들을 상대로 해병대 2사단 현장 실습을 하고, 군사 훈련을 받는 병영 체험도 진행한다. 노진섭 김포과학기술고 교장은 “특성화고인 만큼 지금도 졸업 후 입대를 부사관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미리 적성에 맞는 병과를 파악할 수 있게 돕자는 취지”라며 “남학생뿐만 아니라 군인을 지망하는 여학생도 있어 매년 40명 이상 부사관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간부 처우 문제와 함께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등이 겹치며 부사관 충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년 임관한 해병 부사관은 376명으로 2022년(486명) 대비 110명(22.6%) 줄었다. 김포과학기술고도 학령 인구 감소로 2년 만에 학생이 50명 가까이 줄었다. 서울에 인접해 인구가 계속 늘던 김포시 역시 지난달 인구 48만5749명으로 50만명 문턱에서 정체 상태다.
김포시는 오는 10월 해병대 2사단과 함께 처음으로 ‘해병대 문화 축제’도 개최한다.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청룡부대를 모체로 하는 해병대 2사단은 1972년부터 반세기 동안 김포에 주둔하고 있다. 김포시 관계자는 “해병대 하면 떠오르는 ‘젊음’ ‘열정’ ‘도전’ 같은 단어가 김포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맞다”며 “국토를 지키는 최전방 부대인 해병대 알리기에 시가 적극 나설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