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서 자폐를 가진 초4 아들을 키우는 임모씨는 매주 월요일 오전 특수학교 수십 곳에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 자리가 났는지 묻기 위해서다. 임씨 아들은 3~4세 수준 지능으로 말은 알아듣지만 일반 학교 수업은 이해하지 못한다. 혼자 식사나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 그런데 집 근처 특수학교는 정원이 꽉 차 일반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을 다니고 있다. 임씨는 “3년째 전화를 돌리고 있지만 ‘입학 희망자가 너무 많다’ ‘정원 초과’라는 말뿐”이라며 “학교에 앉아만 있다 오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지만 임씨 아들처럼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들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2024년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올해 특수교육 대상자는 11만5610명으로 전년보다 5% 늘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교육청이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학생이다. 2019년 대비 전체 유·초·중·고 학생 수는 5.7%(2023년 기준) 줄었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는 오히려 20%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특수교육 대상자가 늘어나는 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며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진단검사를 받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거엔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단조차 안 받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엔 일찍부터 검사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흥행해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화된 영향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 건수는 2013년 2만1789명에서 2022년 18만1219명으로 약 8배 늘었다.
여러 장애 중에서도 최근엔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 학생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자폐성 장애 학생은 2020년 1만3917명에서 올해 2만2194명으로 4년 만에 59% 늘었고, 지적장애 학생은 같은 기간 5만693명에서 5만7883명으로 14% 증가했다. 특수교육 대상자 중 70%가 자폐성·지적장애다.
문제는 이들이 다닐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국 특수학교는 195개. 10년 전보다 29개 늘었지만 여전히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여러 교육청들이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하지만 주민 반발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예컨대, 서울교육청은 특수학교가 하나도 없는 중랑구에 특수학교(동진학교)를 짓는 계획을 2012년 세웠지만 12년째 착공도 못 하고 있다. 부지를 정했다가 주민이 “집값 떨어진다”고 반발해서 바꾸는 등 지금까지 8번이나 설립 계획을 바꿨다. 2020년 개교한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모습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에야 계획 발표 6년 만에 문을 열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특수학교 대신 일반 학교에 가는 장애 학생도 많다. 특수학교는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학생들만 입학하는 ‘중증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25년 차 특수교사 A씨는 “장애 학생 수준에 맞춘 개별화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중증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교육은커녕 기본 생활을 봐주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특수교사도 여전히 부족하다. 특수교사 1명이 맡는 학생 수는 2021년 4.17명에서 올해 4.28명으로 늘었다. 현행법상 교사 1명당 학생 4명이 기준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매년 교사 수를 늘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학생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 한 초등 특수교사는 “6명 정원인 학급에 7~8명 받는 경우도 많다”면서 “3~4개 학년을 동시에 가르치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제대로 된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권택환 대구교대 특수통합교육과 교수는 “최소한 법으로 정해진 학급 정원은 지킬 수 있도록 교사를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