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는 최근 발표한 내년도 로스쿨 신입생 모집 요강에 “다른 로스쿨로 ‘반수’할 학생은 지원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넣었다. 로스쿨 원장 명의로 쓰인 안내문엔 “반수하는 학생들은 다른 지원자들의 기회를 뺏고,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며 “학업에 전념할 학생만 지원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최근 상위권 로스쿨로 옮겨 가려고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학교 차원에서 ‘반수 경계령’을 내린 것이다. 영남대 로스쿨 관계자는 “반수하려는 학생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지만, 교수들 사이 ‘이대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커 이런 문구라도 넣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위 학교로 가기 위한 ‘로스쿨 반수생’들이 늘어나면서 로스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학년도 로스쿨 중도 탈락자는 총 208명으로 2020년 151명, 2021년 179명에서 해마다 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들 대부분이 상위권 로스쿨로 옮겨 간 반수생으로 보고 있다. 로스쿨협의회 분석 결과 작년 로스쿨 신입생의 43.6%가 로스쿨 입학 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에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수생들이 법학적성시험을 응시하지 못하도록 시험 당일에 별도 학교 일정을 잡는 곳들도 있다. 올해 원광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에선 법학적성시험일에 학교 자체 시험을 쳤다. 학교 시험에 응시하지 않으면 장학금을 안 주거나, 기숙사에 입주할 수 없게 불이익을 주는 곳도 있었다. 한 로스쿨 교수는 “반수생들이 늘면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고, 다른 학생들 사기도 떨어지니 자구책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반수생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액 연봉을 받는 서울 대형 로펌에 입사하기 위해 명문대 로스쿨에 가려고 재도전하는 경우가 늘기 때문이다. 실제 매년 매출액 상위 10대 로펌의 신입 변호사 중 70% 이상이 서울·연세·고려대 로스쿨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로스쿨 재학생 정모씨는 “판검사는 지방 순환 근무인 데다가 변호사보다 연봉도 낮고, 이전만큼 사회적 명예도 높지 않아 대부분 대형 로펌을 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충청 지역 로스쿨에 다니는 A(28)씨는 “동기 10명 중 8명 정도는 서울 상위권 대학 로스쿨 가려고 반수에 도전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지방대 로스쿨 교수는 “지방 로스쿨은 반수로 상위권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떨어지고, 이에 반수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애초 로스쿨 입학생 대부분 수도권 출신이기 때문에 졸업 이후엔 아무도 지방에 안 남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