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 교사 부당 채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29일 확정했다. 교육감은 금고형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위가 상실된다. 지난 10년간 서울시 교육 정책을 책임졌던 조 교육감은 이날 교육감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교조 간부 출신 전 비서실장 한모씨에 대해서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교육감은 2017~2018년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5명을 특별 채용해달라고 요구받은 뒤 직원들의 반대에도 이들 채용을 강행한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그는 채용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내정된 전교조 해직 교사들에게 고득점을 주라고 지시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조 교육감의 중도 낙마로 2006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당선된 서울시교육감 4명 모두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받는 불명예가 기록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9일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세 차례에 걸쳐 저를 선택한 서울시민께 깊이 송구하다”고 말한 뒤 교육청을 떠났다. 조 교육감을 포함해 2006년 직선제로 선출된 서울시교육감 4명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교육계에서는 “수도 서울 교육을 대표하는 교육감이 모두 위법을 저지른 불명예를 갖게 돼 교육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직선제로 서울시교육감에 처음 당선된 보수 성향 고(故) 공정택 전 교육감은 2008년 8월 취임했다. 그러나 15개월 만인 2009년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아 물러났다. 그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면서 부인이 관리하던 차명 예금을 재산 신고에서 빠뜨린 혐의를 받았다.
공 전 교육감에 이어 2010년 진보 성향 곽노현 전 교육감이 당선됐다. 그러나 그 역시 취임 1년 2개월 만인 2011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직무 정지를 당했다. 곽 전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를 치를 당시 같은 진보 성향 후보자에게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준 혐의를 받았다. 2012년 9월 대법원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 직을 잃었다.
곽 전 교육감 퇴진으로 보수 성향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이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2012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정해진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연임을 위해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보수 단일 후보’를 사칭한 혐의(허위 사실 유포)로 기소됐다. 당시 문 교육감은 특정 단체에서 단일 후보로 추대됐는데 이를 명시하지 않고 ‘보수 단일 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해 유권자들이 모든 보수 성향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이뤄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봤다. 문 전 교육감은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유죄는 인정되나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2심과 대법원에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았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교육감에 처음 당선됐을 때도 재판에 넘겨져 교육감 중도 하차 위기에 놓인 적이 있다. 당시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조 교육감은 2015년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2심에서 “허위 사실 공표죄는 인정되나 선거에 큰 영향은 없었다”며 벌금형 선고유예를 내린 것이 확정돼 직은 유지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이후 2018년 전교조 요구에 따라 전교조 해직 교사 5명을 내정해놓고 마치 공개 모집인 것처럼 특별 채용 절차를 밟은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그중 1명은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조 교육감과 단일화한 뒤 조 교육감 선거를 돕기도 했다. 당시 교육계에선 “선거 과정에서 전교조 지지를 받아 당선됐기 때문에 전교조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직선 교육감 4명 중 3명은 교육감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해서 정책 혼란도 컸다. 시도 교육의 대표자로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교육감들이 당선을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으며 교육 정책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조 교육감뿐 아니라 2022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도 교육감 상당수가 현재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유사 기관(포럼)을 만들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지방교육자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이 포럼이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시점부터 하 교육감을 당선시키려 홍보물을 게시하는 등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하 교육감은 지난 5월 2심에서 1심과 같은 당선 무효형인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신경호 강원교육감 역시 지난 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를 위한 ‘불법 사조직’을 운영한 혐의(지방자치교육법 위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지난 선거 당시 상대 후보가 제기한 ‘동료 교수 폭행 의혹’에 대해 거짓 해명한 혐의(허위 사실 공표)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