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검정 심사를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로 비판을 받았다. 일부 필진이 기존에 유튜브 등에서 했던 발언 등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본지 분석 결과, 해당 교과서엔 과거 일부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가 비판을 받았던 부분인 식민지 근대화론, 김구 폄훼, 독도가 고유 영토라는 것을 부인하는 시각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식민지 수탈 정책과 병참 기지화 정책 등 일제의 만행을 자세히 서술했다.
이 교과서는 특히 이승만 서술에서 다른 교과서들과 차별화된다. 2권 74쪽에서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미친 인물 7인’ 중 한 명으로 이승만을 꼽았다. 그러면서 “1919년 한성 임시 정부의 집정관 총재,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무총리를 역임, 1920년대 구미 위원부를 두어 미국을 상대로 한국의 독립을 알리고, 정부로 승인받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썼다. 또 90쪽에선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국내외에 선포하였다”고 했다. 기존 교과서들이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해방 전후 행적을 부정 일변도로 평가했던 데 비해 편향성을 걷어낸 서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정부의 교과서에선 이 정도의 서술도 보기 드물었다.
1946년 6월 이승만의 ‘정읍 발언’이 분단의 단초가 된 것처럼 서술한 다른 교과서와는 달리 ‘주제 탐구: 이승만의 정읍 발언, 그 역사적 배경은?’을 94쪽에 넣어, 소련 스탈린의 지령에 따라 이미 1946년 2월 북한에 독자적인 정권 기관인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수립됐다는 역사적 배경을 제시했다. ‘산업화와 경제 발전’에서는 ‘고도 성장의 그림자’를 넣는 등 현대사의 명암(明暗)을 함께 보여줬다.
일각에선 이 교과서가 이승만 정부를 서술하며 ‘독재’ 대신 ‘장기집권’이라 표현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105쪽에서 4·19와 그 이후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 서술하면서 “독재 정치와 같은 비민주적·권위주의적 통치에 저항하고”라고 썼다. 위안부 피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으나 19쪽에서 “일제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젊은 여성들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고 썼고 그 아래 ‘자기주도 역사탐구’를 통해 위안부가 자의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 등을 서술했다.
한편 이날 이 교과서가 검정심사를 신청할 때 자격 기준을 조작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검정 교과서를 신청하려면 최근 3년 이내 검정 신청 교과와 관련된 책을 1권 이상 출판한 실적을 증빙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학력평가원이 실적으로 제출한 문제집을 확인해보니, 2007년 출간한 문제집과 내용이 똑같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정 심사를 진행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은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한 증명서로 출간 실적을 확인하지, 실제 책을 제출받진 않는다”면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