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진영

내년부터 새롭게 사용될 검정(檢定) 중학교 역사 교과서 7종은 모두 ‘연평도 포격 사건’을 서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남북 관계 악화 원인을 북한의 무력 도발과 핵실험 때문이라고 명확히 적었다. 문재인 정부를 긍정적으로 서술한 현 교과서와 달리, 새 교과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새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좌편향’ 지적을 받은 현 교과서에 비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이진영

1일 본지가 최근 정부 검정을 통과한 동아출판·리베르스쿨·미래엔·비상교육·지학사·천재교과서·해냄에듀 등 새 중학교 역사 교과서 전시본 7종을 분석한 결과 모든 교과서가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서술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정을 통과해 2020년부터 쓰인 현 교과서는 6종 중 2종이 연평도 포격 사건을 아예 누락해 논란이 됐다.

동아출판은 ‘북한이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을 일으키고 핵실험을 하면서 남북 관계는 위기를 맞았다’고 썼다. 미래엔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남북한 대립은 다시 고조되었다’고 서술하며 포격으로 피해를 본 연평도 사진을 실었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서는 새 교과서 7종 중 2종(동아출판·해냄에듀)이 ‘천안함 피격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현 교과서는 6종 중 1종(미래엔)만 ‘천안함 사건’으로 표현한 것과 대비된다. ‘천안함 사건’이라는 용어는 북한의 소행임을 가리고 ‘아군 기뢰에 의한 침몰’ 등 음모론을 부각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쓰이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6종 가운데 5종이 검정 통과 당시 집권 중인 문재인 정부를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일부 교과서는 문 대통령 사진을 실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번 새 역사 교과서 7종은 모두 현 정부에 대해서 서술을 아예 하지 않고 사진도 싣지 않았다.

현 교과서는 6·25 전쟁 이후 한국사에 대해 ‘민주화 과정’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에 대해 ‘독재’ ‘무력 탄압’ 등을 강조했다. 과거 정부를 지나치게 폄훼하고, ‘경제 발전 성과’는 적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7종 교과서는 미래엔을 제외한 6종이 전후 경제 발전사도 언급하면서 민주화 과정과 함께 비교적 균형 있게 서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3종(동아출판·비상교육·해냄에듀)은 ‘한강의 기적’을 언급했다.

교육계에서는 “현 교과서에 비해 개선됐지만, 일부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 평가가 나왔다. 새 교과서 중 1948년 국제연합(UN)이 대한민국을 ‘한반도 내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한 것에 대해 언급한 교과서는 1종(지학사)뿐이다. 나머지는 아예 언급이 없거나 ‘선거가 가능했던 지역에서’라는 표현을 덧붙여 대한민국이 한반도가 아닌 38선 이남에서 수립된 유일 합법 정부인 것처럼 축소 표현했다. 현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새 교과서 7종 모두 북한의 3대 세습과 이로 인한 북한 주민의 인권 침해 상황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내년부터 새로 쓰일 초·중·고 사회 교과서에는 ‘자유경쟁’ 표현이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정부가 꾸린 정책연구진이 만든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는 기존 교육과정에 있던 자유시장경제의 핵심 개념인 ‘자유경쟁’을 삭제하고 경제정의와 소득 분배를 부각했었다. 이를 확인한 윤석열 정부 기획재정부가 2022년 9월 교육부 측에 “균형적인 시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유경쟁’에 대한 내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내 다시 포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