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교육감직에서 중도하차했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5일 ‘탄핵’을 외치며 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교육계에서는 “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은 인물이 학생들 교육을 책임질 대표자로 나서는 것도 모자라 교육감 선거를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곽 전 교육감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는 우리 교육을 검찰 권력으로부터 지키는 선거”라며 “정치 권력이 교육을 지배하고 점령하는 기도를 반드시 분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희연 낙마시킨 정치 검찰 탄핵, 윤석열 교육 정책 탄핵, 더 큰 탄핵의 강으로 가야 한다”며 “이번 교육감 선거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삼중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교육을 망치려 작정한 정치 권력과 제대로 붙어 싸워야 한다”고 했다.
◇단일화하려 2억원 주고 경쟁 후보 매수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진보 진영 경쟁자였던 박명기 후보에게 단일화를 목적으로 금품 제공을 약속했고, 이듬해 2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곽 전 교육감이 자신의 측근이 돈을 빌려준 것처럼 꾸미려 거짓 차용증을 만들고 돈도 친인척 계좌로 보내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해 구속 기소했다.
곽 전 교육감은 2억원을 건넨 것에 대해 “선의(善意)의 부조(扶助)”라고 주장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현행 선거법이 금지하는 내용을 충분히 알고 행위를 결정해갈 수 있다”며 곽 전 교육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곽 전 교육감은 지난 2019년 신년 특별 사면 당시 복권됐다. 복권이 되지 않았어도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피선거권 제한 기간(10년)이 지나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교육감 선거 왜 정치판 만드나”
곽 전 교육감이 이번 보궐선거를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지역 한 교사는 “비리로 서울 교육을 초토화한 장본인이 무슨 명분으로 다시 교육감에 도전하는 지 모르겠다”며 “교육감 선거에 ‘탄핵’ 같은 정치 구호를 섞는 건 무슨 의도냐”고 했다.
‘깜깜이 선거’라 불리는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권자 관심도가 다른 선거에 비해 낮아 결국 교육감 선거는 ‘정책 싸움’ ‘자질 싸움’이 아니라 ‘인지도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교육감 선거 무효표가 90만3227표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 35만329표의 2.5배에 달했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에 관심이 없고 투표 용지에 당적도 나와있지 않다 보니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투표를 안 해 무효표로 만든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지도가 다른 후보에 비해 앞서는 곽 전 교육감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비판을 무릅쓰고 다시 나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