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두고 진보 교육계는 4일 단일화 후보 신청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단일화 작업에 착수했다. 반면 보수 교육계는 시민 단체가 주도하는 단일화 기구에 이날까지 참여를 확정한 후보가 없다. 매번 단일화에 실패해 교육감 자리를 내줬던 보수 진영이 ‘단일화 속도전’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진보 교육계 인사들이 후보 단일화를 위해 꾸린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는 이날 단일화 후보 접수를 마쳤다.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진보 성향 후보 9명 가운데 8명이 등록했다. 이 후보들은 5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보수 시민 단체들이 만든 단일화 기구에는 이날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후보가 없다. 앞서 보수 진영은 시민 단체 모임인 ‘바른교육국민연합’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두 단체가 각자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며 ‘단일화 기구도 단일화가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두 단체는 이날 단일화공동통합추진위를 꾸리고 함께 단일화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단일화 방식은 확정하지 못했다. 두 단체가 추진하는 여론조사 중심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후보도 나타나는 등 보수 진영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난항이 예상된다.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는 이날까지 15명(진보 9·보수 6)이 출마 의사를 밝히며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예비 후보자 등록을 받는 만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출마 의사를 밝힌 진보 진영 후보 9명 가운데 8명이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추진위)’가 추진하는 단일화 후보로 등록했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위원장,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울산교육연수원장, 정근식 서울대 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후보 등록을 했다. 곽 전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를 치를 당시, 같은 진보 성향 후보자에게 단일화를 대가로 2억원을 준 혐의로 2012년 징역 1년이 확정돼 교육감에서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최보선 전 교육의원은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할 계획이라고 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5일 후보자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유권자들이 후보자 정책을 비교할 수 있도록 조만간 언론사 초청 토론회도 열 예정”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6일 단일화 방식을 발표하고 경선을 진행해 18일쯤 단일 후보를 확정한다.
보수 진영에선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 안양옥 전 한국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 선종복 전 서울북부교육장, 윤호상 서울미술고 교장 등 6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중 보수 시민 단체가 추진하는 단일화 기구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이는 아직 한 명도 없다.
현재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시민 단체 모임인 바른교육국민연합(바교연)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두 곳이 주축으로 진행하고 있다. 두 단체는 4일 함께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며 통합추진위를 꾸렸다. 그러나 아직 경선 방식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바교연은 지난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여론조사 60%, 선거인단 40%’ 방식으로 단일화를 진행했지만 ‘선거인단’에 대한 후보 간 갈등으로 파행을 맞은 만큼 이번엔 ‘여론조사 100%’로 단일 후보를 뽑자는 계획이다. 반면 범사련 측은 “여론조사 100%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 검증위원회가 후보들의 교육감 자질을 검증하는 등 요소가 추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선 규칙에 대한 후보들 의견도 제각각이다. 조 전 의원은 “단일화 안이 확정되면 협조하겠으나 여론조사 100% 방식을 통해 경선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박 전 의원만 여론조사 100% 안에 동의하고 있다. 2022년 교육감 선거 당시 박 전 의원은 여러 여론조사 기관 조사에서 보수 진영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박 전 의원도 “조사 방식과 설문 문항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아직 단일화 합류를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안 전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선거를 망친 당사자들이 공교육을 바로잡을 기회를 다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 번 출마해 인지도가 높은 이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100%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홍 교수는 “(여론조사보다)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고 선거인단 1000~2000명이 투표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은 지난 세 차례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실패로 표가 분산돼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내리 패했다. 경선 방식 때문에 후보들이 갈등을 빚은 것이 단일화 실패의 큰 요인이었다. 2022년 단일화 경선 결과 조전혁 후보가 1위로 선출됐지만, 조영달·박선영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이탈해 독자 출마했다. 추후 단일화 기구도 난립해 각자 다른 단일화 방식을 주장하고 다른 후보를 추대하면서 고발전까지 이어졌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여러 보수 시민 단체들이 또 다른 단일화 안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단일화 기구와 경선 규칙도 단일화가 안 되는데 후보 단일화가 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