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는 작년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사회과학·AI융합학부와 금융·AI융합학부를 신설했지만, 여태껏 AI 전공 수업을 담당할 전임 교수를 구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AI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교양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고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1년 전부터 교수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있지만 산업계에 진출하면 연봉을 3~4배 받다 보니 교수 지원자가 없다”고 했다.
세계 대학이 고급 인재를 교수로 채용해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 대학은 심각한 ‘교수 구인난’에 시달린다. 교수를 채용해도 열악한 연구 시설과 지원 등 현실을 못 견디고 기업이나 해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이 투자를 받지 못하고 등록금까지 16년째 동결돼 재정이 부족한 탓으로 분석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10일 발표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 지표 2024′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 고등교육(대학·대학원)의 경우 1만3573달러(약 1823만원)로 OECD 평균(2만499달러·약 2754만원)에 한참 못 미쳤다.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란 국가와 민간이 학교에 투자한 비용(인건비, 장학금, 연구·개발비 등)을 학생 수로 나눈 것이다.
약 3만5000달러인 미국과 영국에 비하면 한국은 3분의 1 수준이다. 호주·캐나다·네덜란드·스웨덴 등이 약 2만5000달러, 독일·일본·프랑스 등은 평균(2만499달러)보다 약간 높았다. 1만5000달러도 안 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2곳으로 대부분 남미나 동유럽권 국가였다.
반면 한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초등학생 1만4873달러(약 1998만원), 중·고등학생 1만9299달러(약 2592만원)로 각각 OECD 평균(1만1902달러, 1만3324달러)을 훨씬 웃돌았다. 대학생에게 투입되는 공교육비가 중·고등학생보다 769만원, 초등학생보다 175만원 적다.
초·중·고에는 막대한 예산이 돌아가는데, 정작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대학에는 투자하지 않는 셈이다. OECD 측은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대학 교육보다 초등 교육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하는 두 국가”라며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해 공교육비 재정을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투자도 적게 받는데 16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며 대학 재정은 부실해지는 상황이다. OECD에 따르면, 2022~2023학년도 기준 한국 국공립대 평균 등록금은 5171달러다. 영국은 1만3135달러, 미국은 9596달러다. 사립대는 미국이 3만4041달러로 한국(9279달러)의 3배가 넘었다.
한편 학령인구 감소 영향으로 교사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점차 줄며 초·중·고 ‘과밀 학급’ 문제가 해소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가 15.8명(OECD 평균 14명), 중학교가 13.1명(12.8명)을 기록했다. 고등학교는 10.5명으로 OECD 평균인 12.7명보다 낮았다.
한국 초·중·고 국·공립학교 초임 교사의 연봉은 2023년 기준 3만6639달러로 전년 대비 3024달러 늘었지만 여전히 OECD 평균(초등학교 기준 4만2060달러)에 못 미쳤다. 다만 한국 국·공립학교 15년 차 교사의 연봉은 6만4699달러로 OECD 평균(5만6753달러)보다 높았다. 특히 퇴임을 앞둔 최고 호봉 교사 연봉이 한국은 10만3014달러에 달해 OECD 평균(6만8924달러)보다 훨씬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