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4일 치러지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지원한 재수·삼수생 등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의대 모집 정원이 대폭 늘어나 의대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N수생’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 정원은 2024학년도 3113명에서 2025학년도 4610명으로 1497명 늘었다.
1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수능 응시 원서를 접수한 결과, 전년(50만4588명)보다 1만8082명 많은 52만2670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원자 가운데 고3 재학생은 34만777명(65.2%), N수생(검정고시 등 포함)은 18만1893명(34.8%)이었다.
N수생 수는 2004학년도 수능(19만8025명)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고3 학생(32만6646명)이 전년보다 3만6178명이나 적어 올해 재수생으로 유입될 자원도 적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N수생이 오히려 전년 대비 3951명 늘어났다.
이렇게 N수생이 확대된 것은 올해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교육계는 보고 있다. 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이과생들뿐 아니라 직장인들까지도 의대 증원에 다시 수능을 준비하겠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강동완 진학지도장학사위원회 위원장(부산시교육청 장학사)은 “지역 인재 전형 선발 인원이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60% 이상이고, 일부 지방 의대는 정원의 70~80%까지 차지해 지방에서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도 많아졌다”면서 “부산·울산·경남만 해도 의대에 도전하는 N수생이 수천 명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의대 갈 생각을 못 한 수험생들이 올해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지원했다는 것이다.
의대 진학 기회가 넓어지며 올해는 ‘의대가 아니면 원서를 넣지 않겠다’는 학생도 늘어났다고 한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 담당 교사는 “의대 진학을 원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보통 불합격에 대비해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이공 계열 학과에도 원서를 넣는데, 올해는 서울대에도 원서를 넣지 않고 의대만 지원하겠다는 ‘모험형’ 학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현재 비수도권 의대에 재학 중인 1·2학년들이 수도권 의대에 가려고 다시 수능을 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대·치대생들이 의대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작년엔 정부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수능에서 출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N수생이 몰려들어 재수생이 크게 늘었다. 올해는 ‘의대 증원’까지 겹치며 더 많은 N수생이 유입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는 특히 N수생 중에서도 실력자들이 상당히 많이 가세해 고3 학생들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정고시 출신 지원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검정고시 지원자는 2만109명으로, 전년보다 1909명 늘었다. 고교 내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아예 학교를 자퇴하고 수능에 집중해 정시 전형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능 원서 접수 결과, 탐구 영역 중에 사회탐구를 택한 수험생은 51.8%, 과학탐구는 37.9%다. 사탐 1개, 과탐 1개씩 지원한 수험생도 10.3%다. 작년엔 사탐 48.2%, 과탐 47.8%, 동시 응시 4%였다. 전년보다 사탐 지원자가 늘어난 것은 올해 입시부턴 자연 계열 학과에 진학할 때 사탐 응시를 허용하는 이공계 대학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공 계열 학과에 지망하는 이과 학생들도 수능에선 과탐보다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사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다만 의대와 자연계 상위권 대학에서는 여전히 과탐에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사탐을 선택한 학생은 대체로 중하위권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날 수시 모집 원서 접수를 마감한 일부 의대엔 작년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대엔 올해 1288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작년(1215명)보다 6% 늘었다. 고려대 의대엔 2047명이 원서를 내 작년(1812명) 대비 지원자 규모가 13% 증가했다. 두 대학은 신입생 정원이 늘어난 대학은 아니지만, 의대 총정원 확대로 전반적인 의대 지원자 자체가 늘어난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