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인증 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올해 입학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에 대한 평가 기준을 강화하기로 확정했다. 신입생이 늘어난 만큼 교육이 부실해지지 않도록 기준을 높이자는 취지인데, 의대들은 평가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시정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의평원은 최근 ‘2025학년도 주요 변화 평가 계획’을 확정해 11일 각 대학에 안내했다. 계획에 따르면, 의평원은 올해부터 모집 인원이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의 교육 환경 전반을 졸업생이 배출되는 2029년까지 6년간 매년 평가한다. 의학 교육 평가 인증 기준(ASK2019) 92개 중 49개를 지표로 삼았다. 교육과정, 교수 채용, 교육 자원 등이다. 기존에는 평가 기준이 15개였지만, 정부가 지난 2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발표한 후 대폭 늘렸다. 현행법에 따라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고, 졸업생들은 의사 국가시험도 치를 수 없다.
의평원은 지난 7월 “의대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져선 안 된다”면서 기준을 51개로 늘리는 시안을 발표했다. 이후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총장들이 “의대 교수들로 구성한 의평원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나치게 많은 기준을 내놓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의평원은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만큼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의평원은 최종적으로 평가 기준을 49개로 2개 줄이는 데 그쳤다.
의평원이 평가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의대 정원이 늘어난 대학들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국립대 총장은 “평가 기준이 세 배 이상 늘어나 대학 입장에선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계획서를 준비하는 데만 두 달 넘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대상 대학들은 20일까지 의평원에 평가를 받겠다는 신청서를 내고, 11월 30일까지 주요 변화 계획서를 작성해 내야 한다. 의평원은 12월부터 서면·방문 평가를 하고 내년 2월 인증·불인증 여부를 결정해 대학에 통보한다.
교육부는 강화된 평가 기준이 의대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닌지 심의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측은 “올해 평가에서 탈락해도 1년간 유예 기간을 주기 때문에 당장 신입생 모집이 중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학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큰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준이 타당한지 심의해서 10월에는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법령상 교육부는 의평원의 인증 기준에 문제가 있으면 시정 조치를 할 수 있고, 의평원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인증 기관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