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재대 염재호 총장. /박상훈 기자

세계 최고 수준 강연이 인터넷에 널렸고 교수보다 방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된 시대, 학생들을 모아 놓고 전공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이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혁신적인 교육’을 하겠다며 설립된 태재대가 이달로 개교 1주년을 맞았다. 현재 1·2기 학생 52명이 ‘태재대식 교수법’ 훈련을 받은 교수 20명으로부터 교육받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캠퍼스 없이 모든 수업을 온라인에서 영어 토론으로 진행한다.

9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 대학본부에서 만난 염재호 총장은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실제 써먹을 수 있다는 점에 쾌감을 느꼈다’고 하더라”며 “태재대 교육이 AI 시대 ‘1% 인재’를 키우는 방식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태재대식 교육’이란 무엇인가.

“기존 대학 교육은 전공 책을 펼쳐 놓고 교수가 하는 얘기를 학생들이 통째로 암기해 시험을 치른다. ‘노동’에 가깝다. 역할이 세분화돼 제 몫만 하면 되는 20세기 대량생산 체제에는 맞지만, 시대가 변했지 않나. 태재대 교수는 업무의 70%를 ‘강의 디자인’에 쏟는다. 논문, 책, 영상 강연 등으로 사전 학습을 하고 강의 시간에는 토론 중심으로 지식을 적용·융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강의는 어떻게 진행되나.

“100분짜리 ‘레슨 플랜’을 자체 개발해 모든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교수가 6~10분 지식 응용 방법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학생들은 20분가량 그룹 토의를 한다. 이 사이클이 세 번 반복된다. ‘지식 주입’ 시간이 없다. 모든 학생은 사전에 반드시 교수가 준비한 영상 강연이나 읽기 자료를 스스로 학습해야 한다. 수업 후에도 각종 프로젝트 등 과제가 많다.”

-학생들 반응은.

“학생들에게 ‘해병대보다 더 힘든 대학 생활이 될 것’이라고 미리 말한다. 수업 준비한다고 새벽 3~4시까지 학습하는 학생도 있다. ‘너무 힘들다’면서도 만족도는 높다. 20세기 교육에 비전을 못 느끼고 온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명문대, 해외대를 다니다 진학한 학생도 많다.”

-’전공 융합’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다른 대학과 다른 점이 있나.

“학생들이 인문대 가서 역사학 강의 듣고 자연대 가서 물리학 강의 듣는 ‘학점 채우기’는 융합이 아니다. 기존 대학은 교수들이 수업보다 연구에 몰두해 제대로 교육할 시간이 없다. 학과 간 장벽도 높다. 우리 대학은 교수에게 연구하지 말고 교육에만 ‘올인(all-in)’ 하라고 한다. 그래서 다양한 전공 교수가 실제 협업해 융합 수업을 만든다. 2027년까지 강의 절반을 ‘융합 과목’으로 만들 계획이다.”

태재대는 인문사회학부, 자연과학부, 데이터과학·인공지능학부, 비즈니스혁신학부 등 4개 학부를 운영한다. 학생은 ‘자기 설계 융합 전공’ 제도를 통해 학부제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강의를 골라 스스로 전공을 융합해 학습할 수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에 내정됐다. 태재대에서 AI를 이용해 다양한 교육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던데.

“모든 수업을 녹화하고 AI가 내용을 분석해 교수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다. 학생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몇 분씩 발언했는지 AI가 알아서 통계를 내주는 것이다. 앞으로 학생들 표정까지 분석해 강의에서 흥미도가 높은 부분이 어딘지 파악하는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챗GPT’를 기반으로 한 질의응답 프로그램 ‘러닝 AI 메이트’를 개발하고 테스트 중이다. 신입생을 뽑을 때 면접 질문도 AI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태재대 졸업생이 시장에서 먹힐까.

“‘명문대 졸업장’의 유효 기간은 앞으로 10년 남았다고 본다. 구글 등 세계적 기업은 이미 졸업장 안 보고 능력과 경력을 본다. 한국 기업도 뒤따라가는 추세다. 태재대 학생은 기존 교육 방식에서 탈피해 시대에 맞는 훈련을 잘 받은 인재들이다. 사회를 이끌 1% 인재가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