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문화센터에서 해외입양인연대 소속 입양인들이 한국을 찾아 추석 연휴를 함께 보내고 있다. /장련성 기자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현재는 한국에 정착한 정모(42)씨는 작년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자신과 DNA가 정확히 일치하는 친동생을 실제 만나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씨의 입양 서류엔 자신이 ‘부모를 확인할 수 없는 고아’로 적혀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미국에 입양된 동생의 입양 서류에는 친부모 정보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정씨는 “이후 입양 관련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친부모가 생존한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며 “당시 입양 기관이 엉터리로 서류를 기록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1970~1980년대 한국은 11만명 넘는 아이를 해외로 보냈다. 당시 민간 입양 기관들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면 1명당 수수료 300만원을 챙길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입양이 돈벌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이를 보내는 데 급급해 친부모 확인 절차나 서류 관리 등을 엉터리로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한국처럼 1970~1980년대에 아이 수만 명을 해외로 입양 보낸 칠레는 지난 2017년부터 2년에 걸쳐 해외 입양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를 실시했다. 흩어져 있던 6만6000건 넘는 해외 입양 관련 자료들을 중앙 부처가 통합해 잘못 작성된 기록들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아이를 유괴하거나, 병원 등 기관들이 친부모를 속여서 입양 보낸 사례가 수백 건 발견됐다. 칠레 정부는 2만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이처럼 허술하게 해외로 입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결국 칠레 정부는 중앙 부처가 입양 기록을 관리하는 주축이 돼서 그간 정보가 불투명했던 입양인 1200여 명의 출생·친부모 정보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부턴 스웨덴 같은 주요 입양 수령국과 함께 광범위한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에도 나섰다. 반면 우리나라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해부터 해외 입양인 서류 기록의 진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위원회가 조사를 요구한 인원은 지금까지 372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입양인 본인뿐 아니라 친부모와 그의 형제자매들도 입양인을 찾을 수 있도록 입양 정보 공개 청구권 주체를 확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미국은 42주가 ‘친부모’에게도 입양 정보 청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33주는 ‘형제자매’까지 인정한다. 한국은 입양인만 가능하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을 찾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해외 입양인들도 상당한 만큼 정보 청구권 주최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