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수능 위주인 현 대입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대입에선 오지선다형 객관식 위주로 이뤄진 수능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통해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23일 본지가 입수한 ‘중장기 국가 교육 발전 계획 주요 방향(안)’에 따르면, 국교위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유·초·중·고교, 대학 등 교육 현장에 적용할 12개 주요 추진 과제를 세웠다. 12개 추진 과제에는 ‘학생 성장·역량 중심으로의 평가 및 대입 패러다임 전환’이 포함된다. 이에 대해 국교위 관계자는 “국가와 미래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새로운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우리나라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그 시급한 주요 과제가 바로 평가 방식”이라고 밝혔다.
국교위는 내년 3월 중장기 국가 교육 발전 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25일 토론회를 열고 발전 계획의 큰 방향과 비전에 해당하는 12개 추진 과제를 공개한다. 국교위는 수능에 논·서술형 문제를 도입하는 방향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교위 관계자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창의력·문제 해결력을 높이려면 주입식이 아닌 토론 수업이 필요한데, 수능이 객관식 위주로 이뤄져 있으면 학교 수업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중장기 계획안에 따른 대입 개편안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9학년도 입시 이후에 적용될 예정이다. 중3이 치를 2028학년도 입시는 교육부가 이미 확정해 발표했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느 학년에 적용할지는 향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정할 예정이다. 2022년 국교위 출범으로 대학 입시 제도 마련은 교육부가 아닌 국교위가 담당한다. 국교위는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교육 발전 계획을 만들자는 취지로 출범한 기구로,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은 취임 후 꾸준히 ‘수능에 논·서술형 도입’을 주장해 왔다.
1994년 도입된 수능의 문제점은 교육 현장에서 계속 제기돼 왔다. 학생들이 지나치게 어릴 때부터 ‘문제풀이’에 매몰되게 만드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논·서술형 도입이 대안으로 꼽혔지만, 채점의 공정성 문제 때문에 실현되진 않았다. 정부는 올해 중3들이 치를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수능에 논·서술형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논·서술형 문제를 충분히 접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능에만 출제하면 사교육 증가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유보한 상태다.
국교위가 25일 발표할 ‘12개 주요 방향’에는 이 외에도 ‘시대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교육 기반 마련’도 있다. 현재 6·3·3년인 초·중·고 학제를 바꾸거나, 학년의 시작을 3월이 아닌 9월로 옮기는 방안 등 학사 제도 개편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국교위는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를 위한 고등교육 체제의 전면적 재구조화 및 정부 투자 확대’도 추진한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될 지방 대학들도 각자 특성을 살려 혁신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앞으로 국교위는 12개 방향을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정책 연구, 전문가 간담회, 대국민 토론회 등을 거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