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대전의 한 의과대학 빈 강의실이 텅 빈 모습이다. 가운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신현종 기자

의대 증원 파행으로 의대생들이 7개월 이상 수업을 거부하면서 정부가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교육 당국은 각 대학이 의대생들을 유급시키지 않도록 ‘학사 일정 조정 가이드 라인’을 배포하는 등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0곳 의대는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학기제를 학년제로 바꾸거나 등록금 납부 기간을 연장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는 최근 학생들에게 올해에 한해 유급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출석 일수가 부족해도 유급을 시키지 않고, 1학기 때 시험을 보지 않은 경우에도 2학기 추가 시험만 통과한다면 진급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9월 이후에 복귀해도 유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사 일정을 조정해 수업에 복귀만 한다면 문제없이 진급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대생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의 2학기 수업 출석률은 2.8%에 불과했다. 이번 달 초 기준으로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도 전체 의대생의 3.4%에 그치고 있다. 한 사립대 부총장은 “가장 큰 문제는 의대생들이 돌아올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며 “학사 일정을 조정한다 해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했다.

교육계에선 이미 의대생 집단 유급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한 사립 의대 관계자는 “저녁과 주말에 보충 수업을 한다 해도 제대로 된 교육은 불가능하다”며 “학사 일정 조정을 두고 다른 학과에서는 ‘특혜가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고 했다.

올해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되면 내년부턴 유급생 3000명에 증원된 신입생까지 7500여 명이 6년간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의대 증원에 따른 교원과 시설이 확충되기도 전에 작년 신입생 정원의 두 배가 넘는 학생이 수업을 듣게 돼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본과 4학년이 유급될 경우 신규 의사 3000명이 배출되지 않아 의료 현장의 인력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