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올해 2월부터 휴학원을 내고 수업 거부를 이어오고 있는 전국 40개 대학 의대생들은 내년 3월 수업에 복귀하겠다고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학칙에 정해진 휴학 사유를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올 한 해 휴학을 정식으로 승인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동맹휴학’은 여전히 승인 받을 수 없다.
이는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수업 복귀 의사를 표명한 의대생에 대해서만 조건부 ‘개인휴학’을 허용하는 것이고, 대규모 동맹휴학은 불허한다는 뜻이다. 조건부 개인휴학의 경우에도 학칙에 따른 휴학 사유를 증빙해야 허용 받을 수 있다. 만약 끝내 미복귀하면 대학은 해당 학생에 대해 유급·제적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6일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와 대학의 탄력적 학사 운영 조치에도 의과대학 학생의 수업 복귀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라며 “이에 교육부는 대학 총장 및 학장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해 의대 학사 운영을 정상화하고 의료인력 양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비상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정원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의대 교육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내년도 신입생에게는 수강신청 등을 먼저 할 수 있는 ‘우선 수업권’이 주어진다. 올 한 해 수업을 제대로 들었거나 이번 2학기에 복귀한 의대생들에게도 보다 수월하게 학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된다.
그러나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에 끝까지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은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제적 처리된다.
◇'동맹휴학’은 불허, 사유 증명한 개별 휴학은 허용
이번 비상 대책의 핵심은 의대생들이 내년(2025학년도)에는 1학기 시작과 동시에 학업에 복귀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동맹휴학’은 불허하고 학칙에 있는 사유를 제대로 증명한 개별 휴학은 허용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정부 정책에 반대할 목적으로 집단으로 진행된 동맹휴학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므로 앞으로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휴학을 승인하는 경우에도 학생들은 학칙에 정해진 휴학 사유를 들어야 하고, 내년도 학사일정 시작에 맞춰 복학한다는 걸 확실히 적어낸 경우에만 휴학을 승인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만약 올해 휴학이 승인됐는데 내년 수업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제적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학은 올해 학생들이 학업에 대한 부담 없이 최대한 복귀할 수 있도록 개별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올해 안에 복귀하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는 휴학을 정말 할건지, 왜 휴학하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의대생들 집단 행동에 놀란 교육부, 휴학 관련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학칙도 개정에 나서
교육부는 이날 “대학이 교육의 질과 여건 등을 고려해 휴학과 복학 규모를 설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학칙 개정을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먼저 ‘정원을 초과해 최대한 교육할 수 있는 학생 수’를 학칙에 반영하기로 했다. 해당 학생 수를 초과해 학교 현장이 운영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2개 학기를 초과해 연속으로 휴학하는 것’은 학칙으로 제한하겠다고도 했다. 의사 등 전문인력은 해마다 정해진 규모로 배출되어야 하는데 휴학생이 한꺼번에 몰리면 이를 예측할 수 없어 의료인력 양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다만 교육 받기 어려운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총장 허가를 받아 휴학 연장 또는 추가 휴학 신청이 가능하도록 보완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인력 양성 및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의사 국가시험이나 전공의 선발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의사 국시는 전국 의과대학 졸업 예정자가 정식 의사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관문이다. 실기시험은 9월, 필기시험은 이듬해 1월에 실시되는데 두 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의사 면허증을 받고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선 그동안 매년 신규 의사 3000여명이 배출돼 대학병원 등에서 인턴 수련을 받아왔다.
그러나 ‘의대 증원’으로 올해 전공의 이탈과 의대생 휴학이 대거 발생하면서 내년에 배출돼야 할 의사 수가 턱없이 모자라게 됐다.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미연에 예방하는 조치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학이 의대 학사 정상화 노력을 제대로 안 하면 내년부터는 재정 지원에 이를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 대학이 휴학을 승인하는 원칙이나 절차를 어떻게 이행하는지, 집단 동맹휴학을 승인하는지, 학생 학습권을 보장하는지 등 교육과정을 점검할 계획이다.
◇내년도 신입생한테 ‘우선 수업권’ 준다
교육부는 이날 의대생들 휴학을 승인한 이후 학사 정상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내놨다. 상담 등을 통해서 올해 얼마 안 남은 2학기 내에라도 학생들에게 복귀할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한다는 입장은 그대로다.
먼저 대학은 학생에게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는 선에서 복귀 시한을 설정하고, 상담 등을 통해 복귀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 과정에서 집단 행동을 강요하거나 온라인으로 수업에 복귀한 학생들 명단을 공개하면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학은 학생들이 복귀하면 원활하게 수업을 이수하고 진급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올해 말까지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 1·2학기 모두 휴학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내년도 수업 복귀를 전제로 왜 휴학하는지, 증빙 자료 등을 철저히 검토해 학칙에 따라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대학은 개별 학생과 상담을 통해 복귀를 다시 설득하고, 그래도 학생이 휴학할 의사가 있다면 집단으로 하는 동맹휴학은 아님을 명확히 써내야 한다. 이미 제출한 휴학원이 있다면 정정 과정을 거쳐 휴학이 개별 사유임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학칙에 따른 휴학 사유를 소명하지 못하면 휴학은 승인이 안 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수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대학은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제적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상담을 통해 복학 시점을 명시적으로 정하면 휴학이 승인된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올해 1·2학기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하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도 교육과정 운영 계획까지 수립해 교육부로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모집정원 증원으로 내년도 전국 의대 신입생 선발 인원은 4610명으로 지난해보다 1497명 늘었다. 군복무 등으로 인한 휴학이나 매년 10% 정도 발생하는 유급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기존 정원 3058명에 더해 7500명이 내년부터는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의대 교육현장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교육부는 올 한 해 수업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의대생과 늦게라도 수업에 복귀한 학생에 대해서는 학습권이 최대한 보호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휴학한 상태라 하더라도 내년도 수업에 무리 없이 복귀하는 동시에 의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각 대학들은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
내년 신입생들에게 수강신청 등을 먼저 할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내년도에는 대학별 정원 증원 및 복학 규모,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내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강신청이나 분반과 관련해 우선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집단 행동을 강요하는 행위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별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 올해 수업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나 이번 2학기에 복귀한 학생들도 학습권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 대학 본부와 의과대학이 협력해 학생들 고충 상담이나 기출문제 및 학습지원자료(속칭 ‘족보’)를 공유하고 지원하는 (가칭)의대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이 학교를 떠나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마지막까지 학생 복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부와 대학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각 대학은 동맹휴학이 아닌 개인적 사유가 있음을 확인해 휴학을 승인하는 경우에도 복학 이후 학사운영을 사전에 준비해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의과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생들은 의과대학 정상화를 간절히 희망하는 환자들과 모든 국민을 생각해 책임 있는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