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안다.”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 왜 욕해요’라고 하더라.” “세로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이냐고 묻는다.” “체험학습 일정에 ‘중식’이 적힌 것을 보고 오늘 자장면 먹느냐고 한다.”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의 문해력 부족으로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적’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경기력 저하’라고 했더니 ‘저하’는 왕세자를 지칭하는 말 아니냐고 한다” “곰탕을 동물 곰으로 만드는 음식인 줄 알고 ‘우리나라에 곰이 왜 이렇게 많아요’라고 묻는다” “이부자리를 별자리 중 하나로 생각한다” “두발자유화 토론을 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등 문해력 부족으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 황당 사례가 쏟아졌다.

한국교총은 7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발표했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떠하냐’는 물음에 교원 91.8%는 “저하됐다”(저하 53%, 매우 저하 39%)고 했다.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은 절반에 가까운 48.2%에 달했다.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30.4%나 차지했다.

교원들은 “시험을 치는데 단어 뜻을 몰라 문제를 못 풀어 난감하다” “개념이 아니라 단어를 가르치면서 진도를 나가야 해 너무 힘들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가정통신문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등 답답함을 토로했다.

교원들은 학생 문해력이 저하된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등의 순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독서활동 강화’(32.4%)를 가장 많이 꼽혔고,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순이었다.

한국교총은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과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부터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과사용 문제를 해소하는 법‧제도 마련 및 독서, 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